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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초콜릿의 아동노예노동과 공정무역
2019-02-11 08:00:00 2019-02-11 08:00:00
민족 대명절 설이 지나니 발렌타인데이가 코앞이다. 발렌타인데이는 한국 초콜릿 시장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날이다. 나 역시 사랑한다고 외치는 분위기를 타고 내 마음을 고백하면 어떠할까하며 이 초콜릿, 저 초콜릿을 떠올려본다. 가나, 허쉬, 마스, 키세스, 페레로 등 화려한 브랜드의 초콜릿이 먼저 생각난다.
 
이 화려한 브랜드의 초콜릿을 만드는 기업은 소수다. 마스, 캐드베리(크래프트와 몬델리즈), 네슬레, 페레로, 허쉬. 언급한 5개 기업이 초콜릿 시장의 약 50%를 차지한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는 어떨까? 약 550만명의 서아프리카, 특히 코트디브아르와 가나 소농이 재배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1400만명의 농촌노동자가 카카오농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220만명의 아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아동노동 이슈가 식상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는 발렌타인데이를 이용하는 ‘또 다른 기업’의 상술이라고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2015년 7월 툴레인 대학교의 ‘페이슨 국제개발센터(Payson 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아동노동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콜릿의 아동노동 이야기는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조사결과,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카카오농장에서 일하는 220만명의 아동노동자 중 거의 96%가 카카오를 수확하는 시즌에 위험한 작업에 노출돼 일하고 있었다. 이 결과는 2008년에서 2009년에 동 대학이 실시한 아동노동현황 조사결과보다 더 참혹하다. 220만명은 2008년과 2009년 조사결과에서 발표한 초콜릿 아동노동자 175만명에서 21%나 증가한 수치다. 
 
초콜릿의 아동노동은 2001년 BBC의 험프리 호크슬리(Humphrey Hawksley)가 “달콤함 초콜릿은 위험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고통 받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손에서 나온다”고 보도한 후,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오늘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해왔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왜 이런 현실에 처했을까?
 
카카오는 일일이 사람 손이 닿아야 수확할 수 있는 까다로운 작물이다. 같은 나무에 달린 열매라도 익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긴 낫으로 열매를 딴 뒤 칼로 딱딱한 껍질을 벗겨내고, 그 안에 있는 하얀 카카오 콩을 햇빛에 말려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농민들은 1년 내내 카카오농사에 매달린다. 먹고살기도 벅찰 만큼 적은 돈을 받는 카카오 농민들이 일꾼을 고용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다. 결국,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농민들은 아이들을 일터로 내몬다.  
 
소수의 대기업이 독점한 초콜릿 시장에서 개발도상국 농민들이 적적한 원두가격을 보장받지 못하고, 그들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계속 위협을 받는 한, 아이들은 카카오 농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어두운 미래를 빠져나올 터널 출구는 없을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은 것들>을 쓴 저자가 소개하는 쿠아파코쿠협동조합의 초콜릿 ‘디바인’은 공정무역 초콜릿이다. 쿠아파코쿠협동조합 생산자들의 소득은 높아졌다. 생산자들은 저축은 물론이고, 이전에는 신용이 낮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출도 받았다. 집안의 경제상황이 나아지자 아이들도 카카오 농장대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로 농사를 포기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매우 희망적인 소식도 들렸다. 졸업 후 카카오 농사를 이어받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협동조합의 도움으로 생산자들은 역량을 키워나갔다. 가장 큰 성과는 새로운 농업기술을 배우고, 초콜릿 시장에 대한 지식도 쌓으면서, 카카오 판매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당한 대우를 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품질 담당관이 마을 창고를 방문해 카카오 열매의 등급을 매기는데, 이 과정에서 사례금을 주지 않으면 담당관은 실제보다 더 낮은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생산자들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기술훈련을 받은 후로는 부당한 횡포를 피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커피의 ‘이퀄’ 초콜릿을 만드는 협동조합 농부들 또한 공정무역 거래 후, 소득증가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등 카카오농사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공정무역 초콜릿의 규모는 대기업 초콜릿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 더 많은 카카오농부들이 카카오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려면 그 규모는 확대돼야 한다. 초콜릿 시장을 이끄는 대기업들의 공정무역 참여가 아동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번에 바뀌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아동 노예노동을 멈추고, 공정한 거래를 하라고 대기업에 요청해야한다. 우리의 목소리로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초콜릿 뒤편에 고통 받는 아이들의 현실이 달라지면 좋겠다. 아직도 발렌타인데이에 어떤 초콜릿을 구매할지 결정하지 못했는가. 올해는 서아프리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만든 초콜릿 대신, 아동노동 없는 공정무역 초콜릿을 구매해보자.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홍보캠페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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