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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테마주)①때아닌 정치인 테마주·폭주하는 수소차
증시 부진 영향…"실질 수혜 따진 뒤 투자해도 늦지 않아"
2018-12-26 06:00:00 2018-12-26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심수진 기자] 주식시장에서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다음 대통령선거까지 3년이 넘게 남은 상황에서 차기 대선 주자와 관계가 있다는 기업의 주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고 수소차 관련주도 요동치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수혜나 구체적인 인과관계보다 직관적이고 엉성한 논리, 과도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테마주의 속성이 그대로 반영된 흐름이다.
 
아직 3년 남았는데…차기 대선 주자 테마주 들썩
 
최근 주식시장에서 정치인 테마주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시민 테마주'인 보해양조는 지난 24일 11%가량 급락하면서 장을 마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테마주에 대해 "다 사기"라고 말한 사실이 전해진 영향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추계예술대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에서 "사외이사를 하고 있지만 그 회사 대주주가 괜찮은 일을 하려고 해서 도움이 될까 맡은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해양조는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 기대와 선 긋기 발언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널뛰기를 했다. 작가 유시민에서 노무현재단 유시민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취임식 직전(10월1~12일)까지 주가는 14%가량 상승했다. 취임식 당일 유 이사장이 "임명 공직을 안 맡고 출마도 안 한다"고 말하면서 9% 정도 떨어졌다. 그러다 다시 며칠 지나지 않아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일이 반복됐다.
 
유 이사장은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전망과 차기 유력 대선주자란 정치권의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2010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당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대통령이 됐다.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되는 남선알미늄과 '황교안 테마주'로 거론되는 한창제지 등 다른 유력 차기 대선주자 관련 테마주도 등장했고 유시민 테마주와 같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남선알미늄은 모기업은 SM그룹 계열사 삼환기업 이계연 대표이사가 이 총리와 친형제다. 한창제지는 최대주주가 황 전 총리와 대학 동문으로 알려졌다.
 
A 증권사 연구원은 "십수년 전만 해도 유력 정치인과 인맥으로 묶인 기업이 혜택을 받아 눈부신 성장할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대부분 투자자도 비상식적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단기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보이는 데 일반 투자자라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수소차 테마, 시동 걸자마자 급가속
 
정치인 테마주와 함께 수소차 테마주도 들썩이고 있다. 유니크는 지난 12일부터 현재까지 주가가 80%가량 올랐고 평화산업과 현대차는 각각 15%, 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0.11%에 불과하다.
 
수소차 테마주는 현대차그룹이 수소차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뛰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만드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수소차 테마주는 급가속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자동차부품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놨는데 2022년까지 누적 수소차 보급 목표를 기존 1만5000대에서 6만대로 4배 이상 늘렸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가는 현대차그룹의 적극적인 행보와 정부의 정책은 분명한 호재지만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B 증권사 연구원은 "충분히 기대감이 생길 만한 재료들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기업의 가치 향상까지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전혀 서두를 상황이 아닌 만큼 사업구조 등을 충분히 살펴서 실질적인 수혜 여부를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국내 증시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보면 테마주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주도주가 사라졌을 때 두드러지는 특성이 있다"며 "10월경부터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돈이 흘러갈 곳이 없다 보니 선거철이 아닌데도 정치 테마주가 등장하고 수소차 관련주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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