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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테스트베드 떠오른 유통①)돈이 되는 '리테일 테크'…IT기술 혁신의 전쟁터 되다
음성쇼핑·가상쇼핑몰 등 신유통 실험…모객효과에 비용절감도, "뒤처지면 도태"
2018-12-12 13:48:40 2018-12-12 13:48:40
4차 산업 기술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돈이 되는 상업적 측면에선 여전히 초기단계다. IT기술업체들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만 수익창출로 연결되는 사업성을 찾는데는 애를 먹고 있다. 그 와중에 유통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채널에 IT기술을 도입, 수익성 극대화를 시도 중이다. 상업화가 기술발전의 확실한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유통산업이 4차산업의 첨병이 될지 주목된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유통업계가 유통과 기술을 합한 '리테일 테크(retail-technology)'로 수익창출과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면서 침체기인 오프라인 시장의 돌파구도 열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선도기업들이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음성 쇼핑, 안면인식·핸드페이 결제 시스템, 가상 쇼핑몰 구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상품 추천 서비스 등 리테일 테크를 구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롯데는 이미 3년 전부터 옴니 채널 구현에 힘써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유통 채널의 신성장 동력으로 '옴니 채널'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전 계열사는 신 회장의 경영철학 따라 4차 산업 기술을 적극 도입,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인공지능 채팅 봇 '로사(LO.S.A)'를 유통업계 대표 인공지능으로 키우고자 매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로사를 통해 백화점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 고객의 쇼핑 편익과 연결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화면을 통해 부피가 큰 상품을 가상으로 배치해 볼 수 있는 'AR View'를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일부 상품을 제외한 전 상품에 'QR코드'를 도입했다. 고객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상품에 대한 상세정보와 상품평 등을 확인하며 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핸드페이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을 확대 중이다.
 
대표적인 옴니 채널 쇼핑 서비스로, 롯데그룹 7개 유통 계열사에서 실행하고 있는 '스마트 픽'은 매년 매출과 건수가 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 픽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했으며 픽업 건수도 2배 신장했다. 올해 건수도 지난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약 50% 가까이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의 인공지능 채팅봇 '로사'로 상품 추천을 받는 모습(위)과 신세계백화점이 도입한 전자가격표(아래). 사진/각 사
 
신세계 역시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 하에 신유통 실험이 지속돼 왔다. 정 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빨리 통합몰 'SSG.COM'을 구축할 만큼 온·오프라인의 활발한 연계에 힘썼다. 이마트는 사내 디지털 혁신기술 연구 조직인 'S랩'을 산하에 두고 적극적으로 디지털과 유통의 접목을 실험 중이다. 지난달에는 이마트와 LG전자가 업무협약을 맺고 '자율 주행 스마트카트'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스마트 점포도 문을 열었다. 스마트 점포의 특징은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에 설치된 SSG페이 앱을 사용해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달 13일 문을 연 이마트 의왕점도 '미래형 오프라인 할인점'이 콘셉트다.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해 지난 12월 신세계백화점 지하 푸드마켓에 도입된 전자 가격표를 적용했다. 전자 가격표를 통해 소비자는 판매가, 재고, 상세정보 등을 알 수 있다. 이두섭 이마트 개발담당 상무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매장 혁신을 통해 미래 오프라인 할인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디지털 쇼핑환경을 구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오는 2020년 하반기 오픈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을 '미래형 유통매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곳에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활용한 무인 슈퍼마켓, 드론 활용 배달 등 아마존 시스템 구현을 위한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음식료품, 외식업계에서도 스마트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다. 앱으로 주문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받을 수 있는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파리바게뜨·설빙의 O2O 배달 서비스 등이 그 예다. 
 
유통업계의 기술 활용은 소비자의 편익을 늘려 모객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효과도 꾀한다. 류한석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 연구원은 "유통업체들은 리테일 테크를 통해 모객, 판매, 피드백의 강력한 선순환을 구축해 매출을 증대하고 충성고객층을 확보하길 원한다"라며 "앞으로는 리테일 테크를 적극 활용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있어 적지 않은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4차 산업 기술의 발달에 따라 유통업계에서의 기술 접목은 다양한 곳에서 넓은 범위로 일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전세계 유통산업 내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94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2022년 전세계 유통산업에서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5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미 해외에서는 아마존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 알리바바그룹의 O2O 적용 신선 마트 '허마셴셩' 등으로 기술과 유통의 접목이 활발하다. 아마존 고는 소비자가 쇼핑을 한 뒤 그냥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을 도입한 무인매장이며 허마셴셩은 온라인 주문 시 30분 내 바로 배송을 받을 수 있는 O2O 기반 매장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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