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 기자] 법원과 검찰의 힘겨루기로 팽팽하던 ‘사법농단 수사’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다. 법원의 영장기각 세례로 난항을 겪던 검찰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으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면서 “온전한 사법 독립을 이루라는 국민의 명령은 국민이 사법부에게 준 개혁의 기회이고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로 수위를 조절했지만, 사법부 잔칫날에 직접 검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명분과 동력’을 함께 실어준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 표명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차명폰' 확보로 상황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사진은 올해 1월2일 시무식에 참석한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들. 가운데가 이 사건을 총괄지휘하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맨 왼쪽이 수사팀장인 한동훈 3차장 검사다. 사진/뉴시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차명폰’은 상황의 주도권을 검찰 쪽으로 굳혔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차명폰 개통 사실을 인지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검찰은 임 전 차장 사무실 직원을 설득해 그로부터 차명폰을 임의제출 받아 법원을 머쓱하게 했다.
임 전 차장은 사무실 직원 지인의 명의를 빌릴 만큼 은밀하게 차명폰을 개설해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사용했다. 개설 당시는 사법농단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으로 이후 임 전 차장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임 전 차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 만큼 전·현직 고위 법관은 물론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단서를 확보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검찰이 통화내역이나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한다면 여론의 우위 확보는 물론, 영장청구 면에서도 수월해진다.
하지만 검찰은 철저히 ‘표정관리’ 중이다. 14일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사법농단 윗선’ 소환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는지 묻자 “단정하기 어렵다. 조금 더 있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차명폰에 대해서도 “분석 중이라 시간이 걸린다”며 답을 피했다.
수사팀 관계자도 “잘 해보겠다. 중간중간 얘기할 수 없지만 포렌식에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나 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사에 더욱 적극 협조하겠다”는 발언으로 수사가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는 늘 똑같다”고 원칙론을 폈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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