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사물인터넷(IoT) 시장 확대를 위해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손을 맞잡았다. 협력을 통해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후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IoT가 전자업계 화두로 등장한 것은 약 3년 전이다. 가정 내 모든 가전이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돼 외부에서도 모바일로 통제가 가능해지고, 여기에 인공지능(AI)이 더해지면 사용자 맞춤형 가전으로까지 진화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번 IFA 2018에서는 이 같은 솔루션이 상당 부분 구체화됐다. 삼성전자, LG전자, 지멘스, 하이얼 등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앞다퉈 자사의 스마트홈 시스템을 자랑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IoT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규모도 기대했던 것만큼 커지지 못하고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무엇보다 통일된 솔루션과 기술이 부재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IoT의 핵심은 기기 간 연결인데, 모든 가정에서 한 회사의 제품만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채택한 규격이 제각각인 현 상황에서는 IoT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IoT 시장 확대를 위해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손을 잡았다. (왼쪽부터) 매튜 페리 OCF의장(MS), 박일평 LG전자 사장(CTO), 이효건 삼성전자 부사장, 위원팅 하이얼 U+ CEO, 얀 브록만 일렉트로룩스 COO.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단체가 오픈 커넥티비티 파운데이션(OCF)이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가 주도했던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OIC)이 중심이 돼 그간 올씬 얼라이언스, 올조인 등으로 산재돼 있던 표준화 규약 단체들을 하나로 통합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등의 경쟁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게 된 것. 퀄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도 한 배를 탔다. 이들은 OCF 출범 약 1년 만에 OCF 1.0이란 표준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보안성 강화와 클라우드 연동까지 정의한 OCF 2.0을 발표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OCF 미디어 행사도 이 같은 가전업체들의 노력을 보여줬다. 이날 참석한 삼성전자, LG전자,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수장들은 "상호 운용이 가능한 OCF 인증 제품과 솔루션을 2019년부터 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를 통해 400여개 OCF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강력한 OCF 생태계 조성과 IoTivity 오픈소스 코드를 포함한 개방형 IoT 표준을 지속 진화시키는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효건 삼성전자 부사장은 "안정성 있는 IoT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가전,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들에게 IoT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포지션에 있는 만큼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품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서로 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오픈 커넥티비티는 삼성전자에게도 매우 도움"이라고도 했다. 박일평 LG전자 CTO도 "LG전자는 개방적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소비자에 제공하는 것을 기본 철학으로 한다"며 "OCF를 활용해 끊김 없이 지능적으로 연결된 더 나은 삶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위원팅 하이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OCF는 IoT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강력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새롭게 제정된 규약 위에서 각 업체들은 공정경쟁을 펼친다.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은 함께 깔았지만, 소비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각 사의 역량이다. 2019년 내로 제품 출시가 예고한 만큼, OCF 관계자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CES 2019'를 주목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OCF 2.0을 기반으로 한 제품은 준비가 됐고 시장 상황에 맞춰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을 것인지, 후발로 물량 공세에 나설 것인지도 각 업체들이 고민하고 있는 전략"이라며 "내년이 IoT 도약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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