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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금강산행’ 한 발 더 다가섰다
통일부 대북민간 접촉 승인, 북한측 의사 달려
방북 성사시 남북경협사업 주체 알릴 기회 삼아야
2018-07-12 15:57:06 2018-07-12 16:01:59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년 만의 금강산 방문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통일부는 12일 현대아산의 대북 민간접촉권을 승인했다. 이로써 현대아산은 다음달 4일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15주기 추모 행사를 북한에서 개최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은 현재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를 위해 금강산에 상주하고 있는 ‘시설 개보수단’을 통해 금강산 현지에 가 있는 현대아산 직원을 통해 북측과 접촉, 추모 행사 개최 건을 협의하기로 했다. 북측이 수용해 초청장을 발부하면, 현대아산은 다시 정부에 방북 신청을 하고, 이를 정부가 승인하면 금강산 추모행사는 확정된다. 과거의 경우 이러한 절차가 이뤄지는 데에는 통상 3주가 걸렸기 때문에 이번에 승인 신청을 했다고 현대그룹측은 설명했다. 추모식 개최 관건은 북측의 의중에 달려있다. 일단 4월27일과 5월26일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이어지고 있는 남북 화해무드 분위기를 놓고 볼 때 북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그룹은 구체적인 추모식 일정과 계획은 북한 당국과의 논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인데, 현 회장은 반드시 참석할 예정이다. 현 회장이 남편인 정 전 회장의 금강산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2009년과 2013년, 2014년 등 모두 3차례였다. 2016년에는 남북간 경색 분위기 때문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정권이 바뀐 후 접촉 승인을 신청해 통일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답이 와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2011년 12월 27일 오전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단으로 평양을 방문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조문객을 맞는 김정은 당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뉴시스
 
올해는 현 회장도 방북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례행사인 추모식 개최를 넘어,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주체인 현대그룹의 상징성을 대내외에 재확인할 시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0년 8월 북한과 체결한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전력·통신·철도·통천 비행장·댐·금강산 수자원·명승지(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관광 등 ‘7대 대북사업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다. 남북 해빙무드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이 대북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의 사업은 현대그룹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 회장은 지난 200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첫 면담에서 “금강산은 정몽헌에 백두산은 현정은에”라는 말을 듣는 등 북측으로부터 경협사업자로 인정받았다. 국내 기업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인연을 갖고 있다. 현 회장이 2011년 12월27일 김 위원장 장례식을 조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인사를 했다. 2014년 12월24일 김 위원장 3주기 때는 조의를 표한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김양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원회) 위원장의 방북 요청으로 개성으로 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았다. 친서에는 “정주영, 정몽헌 선생들의 민족과 통일을 위한 길에 남긴 애국적 소행을 온 겨레는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회장 선생(현 회장)이 평양을 방문하면 반갑게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적혀 있다.
 
현 회장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아태위원회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와 같은 방식으로 현 회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대북 사업에 있어 현대그룹의 위상은 다시 굳건해질 전망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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