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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화물 배출 규제, 눈치보는 선사…아쉬운 조선사
국제해운협회 "황산화물 규제 준비 없으면 세계 교역 대혼란" 우려
2018-05-30 15:54:23 2018-05-30 15:54:23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전세계 선사들이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규제에 부합하는 친환경 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지만,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반면 신규 선박 발주가 대거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조선사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를 시행한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줄여야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운업계는 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유황유 또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를 변경하거나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여주는 저감장치(스크러버 등)를 설치해야 한다. LNG와 같은 친환경 연료를 쓸 수 있는 선박을 새로 짓는 방법 등도 거론됐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최근 황산화물 배출 규제 도입을 앞두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17~18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해운협회 총회에서 선사들은 황산화물 배출규제 도입이 대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에스벤 폴슨(Esben Poulsson) 국제해운협회 회장은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가 가져올 긍정적 환경 편익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규제에 대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세계 교역은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할 수 있는 연료의 종류나 사양, 가격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20년 1월1일부터 황산화물 배출량을 0.5% 이하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한다. 사진/뉴시스
 
선사들도 규제 도입을 앞두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저감장치(스크러버 등)를 설치하기 위해선 많게는 선박 1척당 500만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새 선박 건조에도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 선사들은 올 연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상 운임 하락에 수익성도 낮은 만큼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의 도입이 유예됐던 것처럼 황산화물 배출 규제도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물이다. IMO는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MS) 설치를 강제화했다. 하지만 선사들의 반발로 의무설치 기한이 오는 9월 8일에서 2년 연기했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배를 짓는 게 상대적으로 이익이라는 분석도 나왔던 만큼 선박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77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선박 발주량이 급감했던 지난 2015년 4월의 누적 발주량(815만CGT)과 비교해도 적다. 선사들이 환경규제 대응에 미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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