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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클린' 코스닥)②돈만 있으면 누구나 대주주…적격성 관리 문제없나
동종 전과 있어도 최대 주주…회사 망가져도 대책없어
투자조합, 시세차익 위해 과도한 신규사업 추진
2018-04-10 08:00:00 2018-04-10 08: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코스닥 상장사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문제도 풀어야할 과제다. 
 
과거에 기업 횡령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경력이 있어도 인수 자금만 있으면 누구든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잡을 수 있다. 전과가 있다는 것 만으로 기업 인수를 제약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당국이 최근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판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최근 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서 지배구조뿐 아니라 금융사를 실제로 소유하는 지배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주주가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사를 소유할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적격성을 엄격하게 따지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이 코스닥 상장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 소지 있어도 경영권 획득 무사 통과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 썬코어는 회사 대표이사이자 실질 최대주주인 최규선 회장이 문제가 됐다. 최 회장은 2002년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2003년 8월 최 회장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후에도 수차례 사기 혐의로 인한 구속 등 문제가 발생했지만, 최 회장은 주식시장에 쉽게 들어왔다. 상장 기업인 썬코어를 2015년 7월 인수하면서다. 최 회장은 신규 사업으로 30조원 규모의 ‘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결국 회삿돈 43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현재 수감 중이다. 구속집행정지 도중 병원에서 돌연 도주했다가 보름 만에 붙잡히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썬코어 노조 관계자는 “처음 기업을 인수하던 시점부터 수상했지만, 경영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신규 사업 추진을 막을 수 없었다”며 “금융감독원에 과거 범죄 경력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강화하고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결국 썬코어는 2013년 영업손실 14억원에서 2016년 손실 규모가 219억원으로 확대, 생산가동 중단으로 이어졌고 지난달 상장폐지 됐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경남제약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례다. 경남제약은 과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과 매출채권 49억8900만원을 허위 계상했고 추가로 공사비를 부풀려 유형자산을 과대 계상한 것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대표로 있던 이희철 씨는 횡령·배임·탈세 등 혐의로 1년 넘게 실형(2017년 2월, 3년형 확정)을 살고 있지만, 2017년 9월28일 부인 명의로 된 지분 13.79%를 본인 명의로 전환해 최대주주로 등극(20.84%)했다. 실형 상태에서도 기업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셈이다. 그 가운데 최대주주 지분을 페이퍼컴퍼니 기업에 넘기려 했지만, 현재 주식 전량이 가압류되면서 최대주주와 현 경영진 사이에서는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상장 기업의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범죄를 저질렀거나, 시세차익 등의 경력이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공감한다”면서도 “범죄 전력자라고 기본적인 사회활동 및 경영활동을 원천적으로 말을 수 있는 제도도 없고, 이를 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차익 치중한 ‘투자조합’,  혼란 가중
투자조합이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사례도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이름 그대로 투자를 위해 만들어진 이 익명의 조합은 단기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사업추진이 종종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장 기업과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2016년 말 A 투자조합은 코스닥 상장기업을 인수하고 이후 3개월여 만에 지분을 장외 및 장내로 매도, 조합을 해산했다. 해당 기업은 당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주가 급등락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돌아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상장사는 ▲2015년 9개 ▲2016년 33개 ▲2017년 16개로 집계됐다. 2016년에는 전년대비 267%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가 당국이 제재방침을 밝힌 2017년에는 절반으로 줄었다.
 
당국은 2017년 4월 투자조합의 불공정거래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확인된 위법 사례에 대해 엄중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 후속조치 발표를 통해 신기술투자조합 등 특별법상 근거가 없는 조합 또는 실제 영업활동을 영위하지 않는 법인 또는 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1년간 보호예수의무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조합이 추진하는 신규사업 등은 바이오나 4차산업혁명 관련 종목에 연계된 것들이 많다"며 "이들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하는데 고작 1년 보호예수로 규정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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