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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난민' 어린이, 2심서 장애인 등록소송 승소
부산고법 "난민법상 체류 난민은 국민과 같은 사회보장 받아야"
2017-10-30 19:38:20 2017-10-30 19:40:17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뇌병변 장애를 가진 난민 어린이가 국내 로펌의 도움으로 2심까지 가는 법정다툼 끝에 장애인으로 등록받을 수 있는 희망을 가졌다.
 
부산고법 1부(재판장 김형천)는 파키스탄 난민인 B군(11)이 부산 사상구청장을 상대로 낸 장애인 등록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1심을 깨고 “사상구청장이 원고에 대하여 한 장애인 등록 거부처분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난민협약 및 난민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난민인정자는 관계 법령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며 “난민법 제30조, 제31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하게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등록이 허용되는 외국인의 체류자격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의 장애인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난민협약과 난민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B군은 파키스탄 남서부에 위치한 발루치스탄에서 살다가 내전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지난 2009년 한국에 입국했다. B군의 아버지는 그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난민 소송을 제기한 끝에 2014년 가족들과 함께 난민 지위를 인정 받고 부산 사상구에서 살게 됐다.
 
선천적으로 뇌병변 장애를 가진 B군은 인근 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게 됐지만 통할이 어려워 3일만에 등교를 포기하고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관할 주민센터와 구청은 “난민은 외국인 체류 자격이 없어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B군 부모는 사상구청의 처분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입법자가 한정된 국가 재정을 고려해 일부 외국인에게만 우선적으로 장애인 등록을 허용한 것이 평등원칙을 위배했다고 볼 수 없고, '난민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정한 난민법 제31조와 같은 일반규정으로 곧바로 장애인 등록 권리가 도출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한창완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난민에 대한 우리 법원의 전향적 시각을 보여주었다고 이해되고, 앞으로 난민의 법적 지위에 관한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로펌 처음으로 공익재단법인인 동천을 설립한 태평양은 난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소수계층을 위한 공익적 소송 대리와 함께 이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입법적 노력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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