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유력한 대법원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전수안(65·사법연수원 8기) 전 대법관이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을 공개 지지했다.
전 전 대법관은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만물에는 때와 역할이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새 대법원장으로 박 전 대법관을 지지했다.
전 전 대법관은 이 글에서 “법관들이 요구하는 법원개혁에도 적기가 있고, 적기에 요구되는 대법원장의 역할이 있다”며 “실력이 탁월한 분, 인품이 출중한 분, 수완이 빼어난 분, 두루뭉술 원만한 분도 좋고 넘치지만, 지금은 봉합과 투약보다 병소를 도려내는 수술을 집도할 대법원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훌륭한 분의 얼굴이 스치지만, 시대의 요구에 이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 있을까”라며 박 전 대법관이 지난해 1월 한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를 링크했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전임 교수로 있는 박 전 대법관의 학교생활과 사법개혁에 대한 소신 등이 내용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법개혁과 관련해 “누군가 인사권한을 갖고 있으면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 인사시스템 개혁이 곧 사법개혁임을 강조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각별하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대법관 생활을 같이 했다. 사실 대법관 취임은 박 전 대법관이 전 전 대법관 보다 1년 빠르지만, 학번은 전 전 대법관이 1년 선배다. 전 전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71학번, 박 전 대법관은 72학번이다. 사법연수원도 전 정 대법관이 4기수 일찍 수료했다. 법관 생활은 전 전 대법관이 7년 먼저 시작했다.
전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은 참여정부 당시 김영란, 이홍훈, 김지형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사회적 약자 중심,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내리면서 이른바 '독수리 5형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은 경남 김해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03년,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도 대법관 선출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사퇴했다. 이를 기점으로 제4차 사법파동이 일어났다. 이후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됐고, 그 뒤를 이어 박 전 대법관도 2005년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초임판사 시절인 1985년에는 인천지법 판사로 근무하면서 반정부시위 혐의로 기소된 학생 11명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하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좌천인사를 당했다. 서울고법 판사 시절인 1993년에는 강금실 당시 서울민사지법 판사(전 법무부장관) 등 40여명과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이 재야법조계와 사법연수생들까지 동참하고 나서면서 제3차 사법파동의 기폭제가 됐다. 이때 김덕주 대법원장이 결국 사퇴했다.
전수안 전 대법관(왼쪽), 박시환 전 대법관.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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