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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식품업계 '미투'에 웃고 운다
2017-02-19 12:08:08 2017-02-19 12:08:08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공 들여 제품을 만들면 뭐하나 싶을때도 있다. 그대로 흉내 낸 경쟁 제품이 금새 등장할텐데"
 
식품업계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통상 봄이 시작되면 식품업계는 다양한 신제품 출시가 이어진다. 한해 트렌드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허니버터', '과일맛 소주', '바나나' 등이 그렇게 탄생한 트렌드들이다.
 
최근에도 식품업계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신제품 개발에 골몰 중이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업계의 '미투 전략'에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투(me too)는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이에 편승한 제품을 일컫는다. 이 때문에 유사상품·유사제품이라고도 하고, 심한 경우 '베끼끼 상품'이라고도 한다.
 
업계에는 미투제품으로 인한 소송이 끊이질 않았다. 해태제과는 2013년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누크바'가 자사 제품인 '누가바'와 유사한 상표권, 포장을 사용하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제과는 오리온의 자일리톨 껌의 디자인이 자사제품과 비슷하다면서 디자인 사용중지의 내용증명을 보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베껴 팔도가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며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무혐의 결론이 났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74년에는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출시하면서 굉장한 인기를 얻었고 경쟁업체인 롯데제과가 미투제품을 출시하면서 상표권을 두고 싸움이 벌어진 일도 있다.
 
'미투 마케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미투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황일수록 '미투 상품'은 더 많이 쏟아진다. 신시장 개척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흥행이 검증된 뒤 편승하는 것이 연구개발비 절감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투 전략'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도 있다며 무조건 '손가락질' 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시장성을 검증 받은데다 초기 시장 분석과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매우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관련 시장이 커져 소비가 확대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도 분명 있다.
 
그러나 도를 넘은 '베끼기 전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마련이다. 제품의 트렌드 모방을 벗어나 디자인과 컨셉까지 모방하는 사례는 선발업체의 인기를 이용한 비도덕적 상술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혼돈과 싫증만을 유발시키고 결국 유행 주기를 단축시키는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해 원조를 개발한 기업이 뒤로 밀려나고 카피 제품이 선두에 오르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된다면 업계 전체가 연구개발 노력은 뒷전이 되고 시장의 다양성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가 봄을 앞두고 일제히 숨고르기 중이다. 그러면서 소위 '대박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경쟁사의 제품 출시를 기다리며 금새 '베끼기'를 준비 중인 곳도 있을지 모른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친 '베끼기'는 시장 전체에게도 득이 될 일이 없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건전한 '미투 전략'이 필요할 때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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