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도 민법 적용…10년 지나면 상속권 주장 못해
대법 전합 "법적 안정 해칠 우려 있어…단점 있지만 입법으로 해결을"
입력 : 2016-10-19 16:27:35 수정 : 2016-10-19 16:27:3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북한에 있는 상속재산도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났다면 민법상 제척기간 적용을 받기 때문에 상속권을 침해받은 북한주민이 남한의 상속권자를 상대로 상속권회복청구를 할 수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탈북민 이모(47)씨가 북한에서 숨진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한 남한의 할머니와 삼촌 등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권 소송의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재판관 13명 중 8대 5 의견으로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남북가족특례법 11조1항에서 정한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 행사에 대해서도 우리 민법 999조 2항의 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민법 해당 조항은 상속권 침해행위로 상속회복청구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된다고 정하고 있다. 상속을 둘러싼 유동적인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해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해서다.
 
재판부는 “남북가족특례법은 북한주민에 대한 실종선고취소로 인한 상속재산반환의 경우 악의인 상대방에 대한 재산의 반환범위를 현존이익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대해 남한주민의 기여분 청구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그 권리 행사로 인해 남한주민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최소화함으로써 남·북한주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남북가족특례법상 상속회복청구와 관련해서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의 경우와 달리 민법 999조 2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에 관해 특례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상속회복청구의 경우에도 남북 분단의 장기화·고착화로 인해 북한주민의 권리행사에 상당한 장애가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이들 법률관계를 구분해 상속회복청구에 관해 제척기간의 특례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법에서 정한 상속회복청구 제척기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그 특례를 인정할 경우에는 법률관계의 안정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그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의 보완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서 향후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남북가족특례법 11조 1항은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해서도 민법 999조 2항의 제척기간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봐야 할 것이고,  따라서 북한주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민법 999조 2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남북분단 상황에서 북한주민은 권리행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척기간 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줄 수 없다”며 “남북가족특례법 11조가 북한주민은 민법 999조 1항이 정하는 요건과 방식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 것은 제척기간과 그 연장에 관하여 법률해석에 맡겨 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어 “이런 경우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민법 166조를 제척기간의 기산점에 유추적용하고, 민법 999조 2항의 단기 3년의 규정을 권리행사기간에 유추적용하면, 북한주민은 상속권이 침해돼 10년이 지난 뒤에도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연장돼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3년 내’에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부친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실종돼 북한에서 살다가 2006년 12월 사망했다. 한편, 남한에 살던 이씨의 할아버지가 1961년 12월 사망하면서 할머니와 삼촌들이 1978년 1월 북에 사는 이씨를 빼고 이씨 부친의 재산을 상속 등기했다.
 
2009년 6월 탈북한 이씨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남북가족특례법에 따라 2011년 10월 할머니와 삼촌들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은 민법 999조 2항에 규정된 제척기간 10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원심은 북한주민도 민법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에 대한 제척기간을 적용받는다면서 이씨의 청구는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경과한 후 제기돼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이에 이씨가 소송을 냈다.
 
한편, 이번 판결문은 대법원이 제공하는 전원합의체 판결문 공지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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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오직 진실이 이끄는 대로…" 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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