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고지 앞두고 ‘복병’ 만난 검찰수사
‘이인원 사망’ 차질 불가피…물증 확보·‘주변 다지기’ 관건
2016-08-28 20:59:55 2016-08-28 20:59:5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7부 능선을 넘어선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핵심 당사자인 이인원(69) 부회장의 사망이라는 복병을 만나 고지 점령을 앞두고 주줌하고 있다. 앞서 270억대 국가상대 소송사기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허수영(65) 롯데케미칼에 대한 영장 기각 때와는 또 다르다. 허 사장이 롯데그룹 사건의 분수령의 위치에 있지만, 검찰로서는 나름대로의 증거를 상당히 확보된 데다가 필요할 경우에는 언제든 증거를 보강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사망은 크게 두가지 면에서 검찰에게 내상을 줬다. 우선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황각규(61)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인원(68) 정책본부장(부회장)-신동빈(61)롯데그룹 회장 순으로 진행되던 소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이 부회장 사망 당일 검찰도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수사 일정을 재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강압적 수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다. 그동안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검찰은 ‘강압적 수사’, ‘비인권적 수사’라는 여론의 비판으로 수사가 위축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을 사전에 부른 적이 없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 26일이 첫 소환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사망 이유에 대해 유족들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가정사가 겹치면서 매우 힘들어 했다"고 밝혀 간접적이긴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이 부회장의 죽음에 영향을 줬음을 시사했다. 여기에다가 이 부회장은 유서에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분"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로서는 수사에서 동력이 끊기는 가장 껄끄러운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예정 보다 
 
그러나 수사 진행 절차에 순서가 일부 조정될 지언정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8일 "안타깝다. 고인에 대한 명복을 재차 빈다"면서도 "수사의 범위와 방향은 이미 확정돼 있기 때문에 변동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다소 주춤했더라도 종전의 수사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는 검찰이 가진 물적 증거이다. 검찰은 그동안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을 수차례 압수수색해 물증을 확보한 뒤 실무자들을 상당기간 참고인 조사했다. 윗선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일명 바닥 다지기를 충분히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26일 "많은 증거를 확보했으므로 (롯데그룹 비리)혐의 입증에 중대한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이 부회장이 가지고 있던 퍼즐 한 조각은 물적증거 확보로 메운 뒤 남아 있는 소 사장에 대한 재소환 조사, 황 사장에 대한 신병확보를 위한 증거를 보충한 다음 신 회장에 대한 소환을 추진할 전망이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인원 부회장의 빈소.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