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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재활용의 실리콘밸리’
세계시민
2016-05-29 17:03:43 2016-05-29 17:08:58
소득이 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인류가 맞닥뜨리는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생활 쓰레기 문제이다. 매일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부터 각종 생활용품과 가공식품의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많은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고, 이는 매립되거나 소각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 때문에 선진국으로 갈수록 매립과 소각을 최소화하고 쓰레기를 자원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2016년 3월 29일 자로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쓰레기 재활용 시설 가운데 하나를 자세히 소개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샌프란시스코 – 최근 주목받는 명소인 이곳에서 관광안내원으로 직업을 바꾼 뒤 일상을 즐기고 있는 로버트 리드는 어느 햇살 쨍쨍한 아침에 외국인 고위 공무원과 기자 10명 앞에 웃으며 서 있었다. 이 방문단에는 이탈리아 제노바 시장과 이탈리아, 캐나다, 스위스 총영사도 포함됐다.  
 
방문객들은 스포츠 코트와 넥타이 차림이었고, 쓰레기 차량에 치이지 않도록 노란색 안전 조끼를 입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즐겁죠.” 리드 씨는 밝게 인사말을 던졌다. “사실 지금까지 58개국의 방문객들이 찾아왔어요.” 그의 뒤로는 갈매기가 쪼아대는 630톤 분량의 쓰레기 산더미가 채워진 창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 빈 병과 깡통, 종이류를 보여드리죠.”
 
어떤 관광 안내책자에서도 샌프란시스코 96번 부두를 찾아볼 수 없지만, 그곳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각국 방문객들이 반드시 들러봐야 할 장소가 됐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진화한 재활용 시설 가운데 하나인 ‘리콜로지(Recology)’를 탐방하러 왔다. - 리드는 대변인이다. - 이 시설은 엄청난 소음이 나는 컨베이어 벨트와 분류기를 갖춘 루베 골드버그 시스템인데, 매일 샌프란시스코 시내 전역에서 트럭들이 모아오는 30피트 높이의 쓰레기 더미를 사람의 도움을 받아 풀어낸다. 
 
“마치 현대 설치 미술작품 같아요.” 이곳을 방문한 마우로 바토치 이탈리아 총영사가 경탄했다. “굉장합니다. 사람과 기계, 그리고 우리 삶의 잔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에요.” 
 
외국 공무원과 기자들은 자기 나라에서 급증하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 해법을 찾으려고 이곳에 왔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소비도 늘고, 쓰레기도 늘고 있어 각국은 환경친화적 쓰레기 처리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처리 방법들은 때로 ‘쓰레기 제로’ 또는 ‘순환 경제’라고 불리며 확산하는 사회 변화의 한 축이다. 조잡한 플라스틱 가방처럼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을 제거하는 노력이나, 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퇴비로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척하는 것들이 포함된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시애틀, 밀란, 스페인의 바스크 같은 세계 곳곳의 도시들이 종종 앞장서 왔다. 이에 따라 ‘쓰레기 관광 코스’가 생겨났다. 
 
“재활용 사이트는 자신을 홍보할 필요가 없어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프레이저 밸리 시 제시카 모리슨 환경정책분석관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가니까요.” 그는 2014년에 공무원 10여 명과 함께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재활용 시설을 방문하는 일정을 짰다.
 
유가 하락 때문에 재활용의 경제성에 비상이 걸렸지만, 관심은 여전하다. 유가 하락은 새 플라스틱 제품의 원가를 떨어뜨렸고, 이에 따라 리콜로지 같은 회사가 분류해 파는 재활용품의 가격도 떨어뜨렸다. 
 
사진/바람아시아
 
보다 광범위하게 볼 때, 회의론자들은 몇몇 제품군의 재활용을 위한 조건인 에너지와 다른 자원들의 가격이 재활용 시설에 투자하기에 적합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리콜로지 방문객들은 그러한 주장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들은 소각과 매립이 엄청난 장기적 환경 비용을 치르게 한다고 믿는다. 
 
민간기업인 리콜로지는 운영자금 대부분을 가정에서 부담하는 생활 쓰레기 수수료 월 35.18달러와 재활용 · 퇴비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충당한다. 
 
리드는 최소한 한 가지 척도로 볼 때 리콜로지의 운영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샌프란시스코는 다른 캘리포니아 내 다른 대도시의 가정이 부담하는 생활 쓰레기 수수료와 같거나 그보다 적은 금액을 부담하면서도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거나 재활용하는 비율이 더 높다.  
 
샌프란시스코의 재활용 시설이 프랑스 르몽드지에 대서특필되는 등 많은 기사에서 다뤄지고, 50개 촬영팀 - 대부분 TV - 이 방문하고, 굵직한 영화 2편(영국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출연한 2012 다큐멘터리 “Trashed”와 지구촌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프랑스 인기 다큐멘터리 “Demain”)에서 등장하며 크게 유명해진 것은 상당 부분 이러한 성공 덕분이다. 
 
샌프란시스코는 파리를 비롯한 몇몇 도시의 재활용 모델이 되고 있다. 마오 페니노우 파리 부시장은 2014년 10월에 방문해 리콜로지의 퇴비화 작업이, 이와 같은 길을 걸으려는 파리의 새로운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비록 최첨단이 아니지만, 리콜로지에는 방문객이 이어질 것이라고 샌프란시스코의 ‘쓰레기 제로’ 정책관 잭 메이시는 말한다. 그는 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시설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으로 독일에서 영감을 받아 1980년대에 재활용과 퇴비화 작업을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늘날 샌프란시스코는 쓰레기의 80%가량을 매립하지 않아 재활용률이 가장 높은 도시들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리고 리콜로지는 온라인 쇼핑 때문에 발생하는 더 많은 포장재를 처리하기 위해 내년에 천백만 달러를 시설 개선에 쓸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는 퇴비화 과정에서도 세계 정상급 명성을 갖고 있는데, 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커피 가루 같은 미세한 분말로 바꿔 비료로 농장에 보내는 것이다.  
 
리콜로지 투어는 이 도시의 남쪽 끝인 96번 부두에서 시작하는데, 거기에는 20만 제곱피트의 거대한 창고가 있다. 
 
작업의 첫 단계는 모든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분리하는 것인데, 트랙터들이 쓰레기더미를 퍼서 컨베이어벨트 5곳에 쏟아붓는다. 첫 번째 검수대에 도착하면 마스크와 장갑, 앞치마를 착용한 인간 ‘분류기’들이 가장 큰 판지들을 끌어내 활주대로 떨어뜨려 더미를 만들어낸다. 
 
몇 피트 뒤에서는 다른 모든 쓰레기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이동 사다리 위로 부산하게 실려 가는데, 이 사다리는 무거운 캔과 병을 중간에서 떨어뜨리고 가벼운 종이류를 꼭대기까지 운반한다. 그다음 병과 캔도 서로 분리된다.   
 
더 멀리 가면, 광학 분류기가 플라스틱병이 투명한지, 색이 입혀졌는지를 가리기 위해 빛을 쏜다. 투명한 플라스틱병은 공기 압력을 받아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다. 
 
“그건 윌리 웡카식의, ‘상상한 대로 이뤄지는’ 재활용 시설이다.”라고 리드는 최근 투어에서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프리랜서 기자였던 리드는 재활용과 퇴비화 작업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여성이 등 마사지를 해줘도 되는지 내게 묻는 것처럼” 매우 즐겁다고 말한다.
 
사진/바람아시아
 
리드는 리콜로지가 근로자들이 소유한 민간 기업이며, 일자리 210여 개의 대부분이 이 도시의 극빈층 주거지역인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서 창출됐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실리콘밸리에 외국 경영진과 공무원의 방문을 유치하는 경영 자문회사 리얼체인지 대표인 크리스티안 포오돔은 지난 6년간 리콜로지에 4개 방문단을 데려왔다. 그는 “리콜로지는 재활용 계의 실리콘밸리죠.”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 한 팀은 프랑스 브리타니 시 상공회의소 대표인 브루노 허그 드 라로즈의 일행인데, 드 라로즈는 리콜로지를 기술과 자본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우버(Uber)나 에어비엔비(Airbnb) 같은 존재로 여긴다. 게다가, 그 장소 또한 매우 인상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성공이죠. 믿을 수 없을 만큼이요.”라고 그는 첫 번째 방문(그는 두 번 방문했다)에서 말했다. 그리고, 웃으며 덧붙였다. “냄새는 나요. 솔직히 말하면.”
 
제노바 시장과 총영사 일행의 방문을 안내한 뒤에 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로 점심상을 차렸다. 방문단이 식사를 위해 자리에 앉자, 리드는 추가로 가볼 만한 곳에 대해 말을 꺼냈다. 
 
“여러분이 퇴비화 시설을 방문할 기회를 얻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식사하는 동안 그 얘기를 나누기를 원치는 않겠지요.”
 
http://www.nytimes.com/2016/03/29/science/san-francisco-the-silicon-valley-of-recycling.html?rref=collection%2Fsectioncollection%2Fscience&action=click&contentCollection=science&region=rank&module=package&version=highlights&contentPlacement=1&pgtype=sectionfront&_r=1
 
 
한대부고 임은지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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