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는 4일 취임 이튿날 첫 공식일정으로 정의화 국회의장과 야당 지도부를 만나 당선 인사를 전하고 향후 국회 운영방향을 논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정 의장을 찾아 타협과 소통의 정치를 다짐하며 그동안 여야 중재에 힘을 쏟았던 정 의장의 조언을 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입당 안 하시느냐? 새누리당으로 복귀하셔야죠”라고 제안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 출신으로 국회의장에 선출되면서 탈당했다. 정 의장은 지난 총선 공천 파동을 비판하며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정 의장은 "원내대표로 훌륭한 분이 오셨으니 재고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장은 특히 훌륭한 원내수석부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의장은 "원내대표는 당에서 뽑는 사람이고,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가 임명하는 사람인데 그동안 원내수석들이 앞서는 모습을 보여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훌륭하고, 원내대표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간 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왔던 친박계 조원진 수석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또 "당장의 이익도 급하지만 나라의 미래도 생각해야 하는 만큼 미래연구원을 꼭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며 "세 사람의 원내대표가 바뀌면서 결국 어려워졌는데, 5월 중으로 3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봐서 대한민국 중장기 미래를 고민하는 복안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너무나 중요한 말씀으로 제가 국회 사무총장을 하면서 똑같은 고민이 있었다"며 "국회 차원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진지하고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국가미래준비특별위를 상설화하는 것도 야당과 논의해 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2야당 지도부를 만났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김종인 더민주 대표를 10분 만났지만 국민의당 지도부는 20분 만나는 등 국민의당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았다.
먼저 김 대표를 만나 정 원내대표는 “제가 존경하고 따르고 했던 어른”이라며 “2010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 하는데 다음날 조언을 부탁하려고 만난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많이 부족하다. 대표님이 지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2당이 됐는데 정 원내대표의 활약이 중요하다”며 “원내대표 이후 충청 대망론로 나오고 있으니...”라고 덕담했다. 그러면서 “더민주 원내대표는 원만한 분이 될 거다. 3당 됐으니 원내대표 역할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정당투표를 보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분이 많이 있으신 것 같다"며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피가 섞인 듯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영남의 지지를 많이 받고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어서 두 당이 잘 하면 영·호남 대립 해소와 국민 통합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안 대표는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과 기존 야당(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이 혼합됐는데 그 중간에 지지자를 묶어주는 것은 합리적 개혁"이라며 "그래서 편가르기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것을 가지고 국회가 생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응수했다.
이어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번에 당선될 때도 나는 어떤 계파도 아니고 중간자적, 공평무사한 사람이고 지역편견도 없고 중도합리적"이라고 하자 안 대표가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의장과 아주 가깝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성식 정책위의장을 (18대 국회 당시) 아주 좋아했다"고 하자 정 대표는 "김광림 의장을 삼고 초려한 이유 중 하나가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의장 때문이었다. 김 의장과 가깝기도 하고 경제 분야에 뛰어난 식견을 갖고 있어 파트너로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이 4일 의장실을 찾은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오른쪽),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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