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대체로 유권자들의 표심은 정치인 개인보다는 자기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당의 정강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정당의 공약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 선거의 현실을 보면, 정당과 유권자 모두가 공약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제시하는 공약에는 단기적 공약과 장기적 공약이 있다. 대체로 단기적 공약은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시켜 주는 경제 문제가 많이 포함되고, 장기적 공약은 국가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통일 및 안보정책 등이 포함된다. 대체로 선거에 임하는 정당들은 장기적인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슈인 경제 문제에 치중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실에서 외교와 안보문제 중에는 우선적으로 해결할 단기적인 과제들이 있는데, 선거에서 이러한 이슈들은 거의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와 점증하는 남북대결 상황에 대해서는 언제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기의 국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금의 안보 상황은 ‘준위기’ 국면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테러의 위험으로 국가비상사태라며 테러방지법을 심각한 정치적 갈등 속에 통과시켰지만, 선거기간 중의 안보 상황은 정치인들에게는 거의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현 정부와 19대 국회가 출범한지 3년이 넘게 지났다. 정부와 국회가 거의 같이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정부와 여당 모두에 대한 일차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국가 통치는 모든 분야를 망라한 총체적인 정책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러한 총체적인 정책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즉 ‘경제안보’나 ‘통상외교’ 같은 개념이 말해 주듯이 경제정책이 외교 및 안보정책과 분리되어서 추진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때, 국내 일자리가 포화 상태이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수시로 발생하는 경제 및 외환위기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제안보라는 개념도 생겼다.
분단국인 한국의 안보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안보불감증에 빠져가는 듯 하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정치권에서 안보를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연설을 하면서 테러와 테러방지를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한국과 관련되는 테러의 개념이 무엇인지, 북한의 도발도 테러로 간주해야 하는지, 한국에는 얼마만큼의 테러 위험이 있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논리를 전개하는 의원은 거의 없고, 단지 국가 권력기관에 과도한 권한을 주는데 대한 정치적인 반론만 제기했다.
이번 총선 출마자 중에는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정당의 공약 역시 통일외교안보와 관련된 것은 거의 없다. 여당은 이 분야에 있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이 분야의 공약을 넣을 필요가 없을 것이고, 야당은 현 정부의 강경일변도의 통일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마련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능력이 부족해 언급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일외교안보 분야는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이슈들이 있다. 적대적 대북정책은 북한의 도발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고,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항상 불안해해야 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하고, 중국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서는 북한문제로 중국과 갈등관계를 가지면 안 된다.
경제문제는 국민들의 생활의 질에 관련된 문제이고, 외교안보문제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러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치권과 국민들은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고 비판적이고 건설적인 시각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통일외교안보 분야가 활발하게 토론되어 제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후보와 정당을 국민들이 선택해야 장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김계동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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