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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지표로 본 기업부채 실태…위기의 징후들
GDP 대비 130% 육박…이자 갚기도 버거운 한계기업 속출
2015-10-14 09:10:00 2015-10-14 09:26:55
기업부채가 지난해 기준으로 1900조원을 돌파했다. 기업부채의 증가세는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오름세보다도 훨씬 빠르다. 기업부채야말로 국가경제를 총체적인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진짜 뇌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부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각종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을 보면,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기업부채는 2004년과 2005년 두 해를 제외하고 모두 100%를 웃돌았다.
 
GDP 대비 기업부채는 2002년 107.5%를 기록했다가 2005년까지는 내림세였으나, 2007년 109.0%로 방향이 전환됐다. MB정부 임기 첫 해인 2008년 126.6%까지 치솟은 후 매년 12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에는 130%(129.2%) 선에 육박했다.
 
명목 GDP 대비 기업부채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GDP를 다 쏟아부어도 기업이 진 빚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60~70%대였다.
 
자료/한국은행, 통계청
 
그렇다면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번 이익으로 매년 이자비용이라도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이마저도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02년 이후 2013년까지 한국은행에서 국내 영리·법인기업의 이자보상비율(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비율로, 값이 낮을수록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을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20007년까지 300% 이상을 유지하던 이자보상비율은 2008년 300% 밑으로 떨어지더니 2013년까지 300%를 밑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부채를 변제하기는커녕 이자도 못 갚아 오히려 빚이 누적되는 악순환이다.
 
국내경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07년 이후 실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연결부채와 이자보상비율 자료를 보면, 부채가 200%를 넘고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집단은 2007년 2곳에서 2014년에는 10곳으로 크게 늘었다. 
 
10대 그룹 역시 2007년에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곳이 한 곳도 없었으나 8년 사이 GS와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4곳으로 늘었다. 특히 한진은 2008년 이후 6년째 부채율이 200%를 넘고 이자보상비율도 100% 미만인 기업으로 꼽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국은행이 올해 6월 국회에 보고한 2015년도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이처럼 유동성 악화에 처한 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33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2014년말 3295개로 22.1% 증가했다. 더구나 2005년과 2013년 사이 한계기업 경험이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은 2435개나 됐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해 10월 낸 2014년도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기업부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공정위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위험부채(위험기업이 차입한 부채)의 비중을 산출해 부실위험을 평가한 결과 위험부채 비중은 19.1%로 2008년 경제위기 당시의 19.2%와 거의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위기의 징후는 금융권이 먼저 눈치채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매 분기 집계하는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분기(10∼12월) 대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전분기보다 3포인트 낮아진 -9를 기록했다. 2013년 1분기에 0을 기록한 후 11분기째 마이너스다. 금융권이 기업의 부실화를 염려해 대기업에 돈 풀기를 주저한다는 의미다.
 
대출태도지수는 한국은행이 16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설문을 지수화한 것으로, 값이 0보다 높으면 시중은행이 대출에 우호적이라는 뜻이다. 반면 값이 0보다 낮으면 그 반대인데,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2013년 1분기 이후 가계 대출태도지수보다도 낮다. 가계보다 대기업에 돈을 빌려주기를 꺼려하는 상황이 지금의 한국경제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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