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몰락하는 日 디스플레이, JDI 후카야 공장 폐쇄
중국·대만 LCD 공세에 직격탄.."탈출구 마땅치 않아"
2014-10-22 11:08:08 2014-10-22 11:08:08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일본 최대의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실적 부진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고해상도 패널 생산 라인인 후카야 공장을 폐쇄한다. 애플에 대한 매출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중국, 대만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마저 급격히 하락하면서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JDI는 오는 2016년 4월부로 스마트폰용 고해상도 패널을 생산하는 후카야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JDI가 보유한 일본 내 생산라인은 5개에서 4개로 줄어들게 된다. JDI 측은 "후카야 공장은 일본 내 생산라인 중 가장 노후화된 공장이고 생산비중 역시 한자릿수에 불과하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지난 2012년 일본의 소니, 히타치, 도시바 3개사가 힘을 합쳐 설립한 JDI는 애플의 최대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하며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올해에는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한화로 4조원대의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000억엔(약 1조5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결국 부메랑이 됐다. JDI는 애플의 전략 신제품 아이폰6에 패널을 납품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당초 JDI가 생각했던 물량보다 규모가 적었고, 출하 시기마저 늦춰지면서 유동성 악화가 초래됐다. 상장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도 이 같은 '경영 실패'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과 대만의 신흥 LCD(액정표시장치) 업체들의 공세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력은 확보됐지만 중국, 대만의 LCD 패널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정부의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약세를 나타냈다. LCD 패널 기술력마저 상향 평준화되면서 고사양 제품에서의 프리미엄 효과도 실종됐다. '타도 한국'을 외치며 출범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대만 등 중화권으로부터 일격을 당한 셈이다.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 대만 LCD 패널의 덤핑 판매로 고해상도 패널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평균판매단가마저 1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JDI는 중국 내 최대 공급처 중 하나인 샤오미 신형 스마트폰에 고해상도 패널을 공급하고 있지만 샤오미의 공급업체 중 하나인 대만 윈테크가 최근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아졌다.
 
LCD 산업 자체의 성장성 한계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JDI가 이렇게 곤경에 처한 것은 LCD 특유 요인에 의한 것도 있다"며 "LCD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1000억엔(한화 9854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데 자칫하면 공급과잉으로 단가 하락만 부추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스마트폰향 패널이 조만간 범용화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 방향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JDI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가장 안정된 수익이 예상되는 자동차 분야 디스플레이로 사업 방향을 전환할 예정이다. 지난 6월 JDI는 차재 패널 강화를 위해 미국 디트로이트에 투자를 감행했다. 동시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개발에도 나선다. 내년 1월 산업혁신기구,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LCD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과 함께 OLED 패널 개발 회사를 설립해 탈출구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재팬디스플레이(JDI) 일본 내 생산라인.(사진=JDI)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