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대한건축학회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분당구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던 수직증축 안전성 여부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여전히 수직증축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의 구조물 성능과 안전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건축과의 규제·인센티브 형평성 논란 등도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 건축학회 "안전하다, 수직증축 불허 철회하라"
1일 대한건축학회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검증 결과 발표회'를 열어 "현재 국내 기술로 수직증축 및 내진설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수직증축 불허 입장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진에 취약한 노후 아파트에 대해서는 내진 보강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대한건축학회 부회장)는 "현재 적용 가능한 건축 공법을 활용하면 3개 층까지 수직증축을 해도 안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학회 차원의 수직증축시 층수별 구조보강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1층 증축시 '건물 기초 마이크로파일 일부 보강', '저층부 기둥 일부 보강', ▲2층 증축시 '기초 마이크로파일 보강', '저층부 기둥 철판 보강', ▲3층 증축시 '기초 마이크로파일 보강', '저층부 기둥 철판보강', '건물 기초 단면 보강'을 도입하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노후 아파트를 모두 철거하고 신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진 보강을 위해 리모델링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건축물은 1988년부터 내진 설계가 적용됐으나 리히터 규모 3~4의 지진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현재 기준인 5.5~6 규모에 비해 취약한 수준이다.
정광량 한국면진제진협회 부회장은 "현재 기술로도 기존 건물에 대한 기초 및 기둥 보강 외에도 제진장치 설치, 벽체 단면 보강, 벽체 추가 등을 통해 내진 성능을 부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리모델링 이후에도 아파트를 향후 3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기 위해선 수직증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리모델링 대상 단지 대부분은 2베이 구조로 설계돼 있는데 수직증축을 통해 3베이 구조 등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설계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서유럽에서는 이미 전체 건설시장의 50%를 상회할 정도로 활성화 돼 있는 리모델링은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건축 방식"이라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두고 주거 환경 개선과 함께 내진 성능 향상 등 공적인 역할도 수행 가능한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수직증축 안전여부 "확신못해", 형평성 문제도 도마
반면 수직증축의 안전성을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여전히 강하다. 게다가 안전성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 이외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근에 남아도는 미분양주택 문제, 다른 수도권지역 리모델링·재건축과의 형평성 등 대안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건축·시공·구조·법률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5개월간 검토한 결과 공동주택의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가 허용될 경우 구조적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리모델링사업의 자원 재활용 효과나 경제성이 미흡,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분당 등의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건설 당시에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기 때문에 철근과 철근 사이 접합부의 강도와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콘크리트 강도 추정식조차 없는데 기존 구조물의 성능을 파악하는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의 경우 건축시장 전체가 신규건축과 리모델링으로 양분돼 있을 정도로 리모델링이 활발하지만 수직증축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증축을 해도 용적률 기준 등을 엄격하게 따져 선별적으로 시공하지만 지금 신도시에서 요구하는 건 일괄적인 수직증축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용적률 제한 및 기부채납 등의 규제를 적용받는 재건축에 비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취득세 면제 등 과도한 특혜와 인센티브를 받게 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지적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는 "현재 리모델링 형태로는 가구수 증가가 금지돼 일반분양을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조합원이 공사비를 모두 부담해야한다는게 수직증축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결국엔 신도시 주민들의 자기이익 추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는 정치적 압력에 휩쓸려 물러설 것이 아니라 명백한 학술적 근거를 제시하며 불허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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