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흥국증권이 해운대 PF 사업 시공사와 시행사 간의 공사대금 소송전에 등판했으나 패소했습니다. 당초 계열사인 흥국생명의 300억원대 대출금 부실을 막기 위한 참가로 관측됐으나, 최근 흥국생명이 해당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면서 그룹 차원의 손실 위기는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해운대 엘마르 스위첸(부산 해운대구에 건설 중인 오피스텔 개발 프로젝트) 시공사 KCC건설은 시행사 태광개발(태광그룹 비계열 독립 법인)을 상대로 40억원 규모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까지 승소했습니다. 사건은 태광개발 측 상고로 대법원까지 올라갔습니다.
흥국증권은 항소심에서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등판했습니다.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합류하려면 해당 판결 결과에 대해 명확한 법률상 이해관계가 인정돼야 합니다. 당시 태광개발은 약 295억원을 흥국생명보험으로부터 장기 차입한 상태였습니다. 흥국증권은 공정거래 및 기업 분쟁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법무법인 공정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습니다.
이에 대해 흥국증권 관계자는 “저희는 (태광개발에) 금융 주선 회사”라며 다만 “태광개발이 일방적인 보조참가 신청을 해서 참가했을 뿐 자발적으로 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금융 주선 당시에 담당자들이 모두 퇴사해서 지금은 자세한 사항을 알지 못하고 소송에서도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고 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저조한 분양 실적과 자금 고갈입니다. 이 사업장은 KCC건설이 2022년 말부터 공사를 수행했지만 2025년 3월말 기준 공정률이 38.19%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분양률도 21.67%에 그쳤습니다. 자금 유입이 막히자 KCC건설은 태광개발에 공사비를 직접 지급하라며 소송을 낸 것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태광개발 측은 신탁계약의 구조를 내세워 "분양 실적에 맞춰 수입금 내에서만 대금을 지급하는 '분양불' 약정"이라며 맞섰습니다. 그러나 1·2심 법원 모두 이를 배척하고 공사 진척도에 따라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성불' 원칙을 인정했습니다. 증권업계가 PF 리스크 통제의 핵심으로 여겨온 '신탁계약에 따른 자금 집행 순서'가 법원에서 무력화된 것입니다.
이번 패소로 흥국증권은 보조참가로 인해 발생한 소송비용을 떠안게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금난에 빠진 시행사가 당장 4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 주요 대주였던 흥국생명은 "현시점 대출금은 모두 상환받았다"며 "(시행사가) 자금을 마련한 경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업장에 남은 다른 대주단은 여전히 EOD 위기가 상존합니다. 태광개발은 작년 말 현금이 약 79억원 남아 있지만, 분양미수금이 236억원이나 급증하는 동안, 미지급금을 297억원 높인 일종의 착시가 존재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행사의 장부상 현금은 PF 사업 특성상 대주단이 통제하는 신탁계좌에 묶여 있다”며 “시행사가 40억원의 판결금을 임의로 인출해 지급할 여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도 패소해 시행사가 끝내 자금 지급 불능(디폴트)에 빠질 경우 일반적인 PF 대출 약정에 따라 대주단의 연쇄적인 EOD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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