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예상을 깨고 연임에 실패하면서 이사회의 선택을 둘러싼 뒷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금융(105560)은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했다고 밝혔지만, 경영 성과가 뚜렷한 현직 회장을 교체한 이유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윤종규 전 회장 재임 당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현재도 이사회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세대교체' 내세웠지만 뒷말 무성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1일 양 회장과 이재근 KB금융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대상으로 최종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습니다.
시장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84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에도 3조8846억원의 순이익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습니다. 양 회장 취임 이후 주가와 주주환원 수준도 크게 올랐습니다.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된 뒤에도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의 연임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아왔습니다.
회추위가 이 부문장을 선택한 이유로 제시한 것은 변화와 세대교체였습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양 회장은 1961년생으로 현재 만 65세에 불과합니다. KB금융의 회장 연령 제한인 만 70세까지도 여유가 있습니다. 양 회장과 동갑인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올해 연임에 성공했고 양 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금융지주 회장들도 연임한 만큼, 세대교체만으로 이번 결정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KB금융 내부에서도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이재근 부문장을 지지한 사람들도 당연히 대세는 양종희 회장이라고 생각했던 분위기였다"며 "막상 결과가 나오니 서로 놀란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KB금융 회추위는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됩니다. 조화준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최재홍·차은영·이명활·김성용·김선엽·서정호 이사입니다. 이 중 조화준·최재홍·김성용 이사 등 3명은 윤종규 전 회장 재임기에 처음 선임됐습니다. 최재홍 이사는 2022년 3월, 조화준 의장과 김성용 이사는 2023년 3월 KB금융 사외이사에 처음 이름을 올렸습니다. 윤 전 회장이 2023년 11월 물러나기 전입니다. 특히 이번 회장 선임 절차를 이끈 조화준 회추위원장 겸 이사회 의장도 윤 전 회장 시절 선임된 인사입니다.
이명활 이사는 2024년, 차은영·김선엽 이사는 2025년, 서정호 이사는 올해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외이사 수만 보면 양 회장 취임 이후 합류한 사외이사가 4명으로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양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서 3년의 재임 기간 동안 이사회에 이른바 '친정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차이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전부터 감지됐습니다. 지난해 KB금융 이사회가 자기주식 취득·소각 안건을 처리할 당시 김성용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추진하는 밸류업 관련 안건에 사외이사의 반대표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양 회장이 이사회 표심을 자신의 연임으로 연결할 정도의 장악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왼쪽부터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현 회장, 이재근 부문장(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양종희 사이 균열론 무성
회추위 결과로 윤종규 전 회장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부문장은 윤 전 회장 재임 기간 KB금융 재무총괄(CFO),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대표 등 핵심 보직을 거친 뒤 2022년 국민은행장에 발탁됐습니다.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 등 현재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과정에도 참여했습니다.
양 회장 역시 윤 전 회장 체제에서 KB손해보험 대표와 지주 부회장을 거치며 차기 회장 후보로 성장한 인물입니다. 양 회장과 이 부문장 모두 윤 전 회장이 9년간 KB금융을 이끄는 동안 핵심 경영진으로 중용되며 후계군에 올라선 셈입니다. 이번 회장 인선은 윤 전 회장 시절 형성된 후계군 안에서 현직 회장과 또 다른 유력 후보가 맞붙은 구도였는데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이 후보가 선택되면서 장기간 그룹의 인사와 승계 구도를 만들어온 윤 전 회장의 영향력을 이번 결과와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조직 안팎에서는 윤 전 회장과 양 회장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회장 교체라는 예상 밖 결과까지 나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 변화가 이번 인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KB금융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윤 전 회장과 양 회장은 서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지 직접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정말 필요한 일이 있으면 과거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을 통해 연락하는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과거 경영진 내분 사태 이후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없고 회추위가 가동되면 이사들끼리도 서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상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회장은 3년간 최대 실적과 주가 상승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이사회를 자신의 우호 세력으로 재편하지 못했고 결국 연임 표결에서 고배를 마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들을 자기 사람으로 채워 연임 기반을 다지는 '참호 구축'과는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전임 회장의 색채를 지우지는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오는 11월20일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사진은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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