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가 기관이 지급 보증하는 공공매출채권이 자금 조달에 실패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모듈러 교실 제조업체 대승엔지니어링이 독립계 금융자문사와 계약해 400억원 매출채권 유동화 대출(ABL)을 추진했으나 대주단인 2금융권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 후 깐깐해진 기업금융(IB)의 보수주의를 시사합니다.
1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모듈러 교실 제조·임대업체 대승엔지니어링은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선정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입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모듈러 이동형 학교'는 공장에서 골조와 마감재, 기계·전기 설비를 갖춘 규격화된 유닛을 미리 완성한 뒤 학교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건축물입니다.
최근 낡은 학교를 고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면서,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의 공사 기간 동안 학생들의 안전한 대체 학습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각 지역 교육지원청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열이나 내진 취약성 등 기존 컨테이너 교실의 단점을 보완해 평상시와 같은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정부 기관인 교육지원청이 임차인이 되어 대금을 지급하는 만큼, 이 사업은 우량한 현금흐름을 창출합니다. 대승엔지니어링은 이러한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초기 운영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최장 3년 기간, 400억원 규모의 '모듈러 이동형 학교 매출채권 유동화(ABL)' 조달을 진행했습니다. 구체적인 유동화 대상은 초등학교 등에 설치된 모듈러 교실 총 1036실 등 전국 단위의 굵직한 교육청 임대 채권이었습니다.
애초 자문사가 기획한 자금 조달 구조는 교육청 등과 기체결한 임대차계약 채권(약 307억원)을 즉시 인출 가능한 트랜치 A(270억원)로, 향후 체결 예정인 채권(약 150억원)을 트랜치 B(130억원)로 묶는 방식이었습니다. 정부 발주 사업이라는 확실한 담보를 쥔, 자본시장의 매력적인 구조화금융 타깃이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와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심사는 매서웠습니다. 과거 활황기였다면 신용 보강을 통해 무난히 통과됐을 '향후 체결 예정' 물량은 담보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기관과 맺은 '기체결 우량 계약'도 쪼개졌습니다. 대주단은 오직 '모듈러 설치까지 완료된 확실한 매출채권(약 87억 원)'만을 즉시 인출 가능한 담보로 인정해 트랜치 A를 78억원으로 줄였습니다. 기체결은 됐으나 아직 설치 전인 채권(약 141억원)은 모듈러가 설치된 후 분할 인출하는 조건(트랜치 B)으로 미뤘습니다. 공사 지연 리스크를 지지 않겠다는 대주단의 보수적 전략입니다.
한 달 고정 운영비만 65억원이 필요한 차주로서는 78억원 대출이 부족했고 결국 딜은 무산됐습니다. 대출길이 막힌 대승엔지니어링은 고금리 외부 자금에 의존하면서 2025년 결산 기준 이자비용이 전기 13억원에서 당기 2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다만, 회사는 모듈러교실의 감가상각 방법을 '임대기간 균등상각'에서 '7년 정액법(잔존가치 0)'으로 변경해 작년 원가를 68억6600만원 줄였습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주 사업이라는 우량 담보마저 한도 축소로 거래가 깨지는 것은 최근 2금융권의 자금 공급 기능이 위축된 단면을 보여준다”며 “금융권의 빗장이 닫힌 기간이 길어지면 우량 중소기업도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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