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민낯)③홈플러스 회생 폭풍에 협력사만 '눈물'
홈플러스 법정관리 수렁에서 장기간 위험의 외주화 도마에
협력사에 키오스크 매각 후 해킹사고, 운영 중단
손해 입증 책임 부담 커…회생채권 인정 불투명
“경영실패 책임, 대주주가 가장 많이 져야”
2026-07-22 17:15:19 2026-07-22 17:30:4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홈플러스가 법정관리(회생절차) 수렁에서 허덕이는 가운데 협력업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납품 대금과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고, 회생채권 인정 과정에서 입증 책임을 떠안으며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유통거인, 벼랑 끝의 상생
 
2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현금 확보 전략은 영국 테스코 시절부터 이어져왔습니다. 매장 내 부대시설을 외주화해 단기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은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대규모 점포 매각(세일앤리스백)으로 확대됐습니다. 이는 단기 유동성에는 도움이 됐지만, 본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일부 협력사 사례는 이러한 홈플러스 자산 유동화 전략의 부작용을 보여줍니다. 중소기업 A사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약 2년 전인 2013년에 매장 내 설치되어 있던 중고 키오스크 설비 일체를 수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단순히 기기만 인수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계약을 맺고 동전 키오스크를 직접 설치·운영하는 권리를 취득했습니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현금을 즉각 챙김과 동시에 키오스크 유지보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고객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동전을 상품권으로 교환할 경우 그 금액의 일부를 A사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기는 수익 구조도 구축했습니다. 대기업 유통사는 장소만 빌려주고 손쉽게 수익을 올리는 반면, 기기 투자비와 시스템 구축, 유지보수의 책임은 고스란히 중소 협력업체로 넘어간 것입니다.
 
 
이러한 외주화 문제는 예기치 못한 사고나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을 때 드러났습니다. 2015년 홈플러스가 발행한 모바일 상품권에서 보안이 뚫려 미사용 상품권이 사용 완료로 처리되는 해킹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통상 고객 데이터와 결제 인프라가 얽힌 모바일 상품권의 보안 관리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본사(홈플러스)가 통제하고 책임을 져야 할 영역입니다. 하지만 본사 측 모바일 상품권 시스템이 해킹당해 새로운 보안 장치를 도입하면서, 그에 따른 시스템 연동과 추가 개발 부담은 외주업체가 졌습니다.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업체가 이를 즉각 수용하지 못해 시스템 운영이 중단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에 따른 피해액을 회생채권으로 인정받는 것이 불투명해졌습니다.
 
과도한 임차료 부담과 실적 악화의 덫에 걸린 홈플러스가 2025년 3월 법원의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협력업체들은 회생채권에 묶였습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기업의 기존 채무는 전면 동결됩니다. 홈플러스에 자본을 투입하고 서비스를 제공했던 수많은 중소 협력사는 하루아침에 막대한 투자금과 미정산 대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들은 수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고 피해 구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법정관리 폭풍…회생채권에 묶인 협력사들
 
그러나 구제로 가는 가장 큰 장벽은 입증 책임입니다. 시스템 장애나 계약 불이행에 대한 거대 유통사의 귀책사유를 영세한 협력사가 직접 명확한 증거로 증명해야만 채권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비대칭과 법률 대응력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업체로서는 입증 부담이 큽니다. 그 벽에 가로막혀 시간만 지체되는 사이, 당장의 자금줄이 말라버린 협력사들은 회생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보통 사모펀드는 5년 주기 투자를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지난 10년간 홈플러스에 발이 묶였습니다. 2015년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했으며, 그중 4조원가량을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조달했습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는 지난 10년간 약 2조7000억원의 이자를 지출했습니다.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홈플러스는 알짜 점포를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앤리스백에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임차료 부담을 키우고 투자 여력을 약화시켜 온라인·물류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했습니다.
 
협력사들은 납품 대금 미정산과 외주화된 운영 리스크를 떠안으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 협력사 150개 중 76.7%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평균 미수금은 7억7400만원에 달합니다.
 
과거 국내 자본시장에서 엘리엇(삼성물산 합병), 론스타(외환은행 인수), 칼 아이칸(KT&G 적대적 인수 시도) 등 해외 자본이 벌인 일련의 공세는 먹튀 논란으로 비화돼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았습니다. 이들이 기업 경영권 흔들기, 알짜 자산 매각, 막대한 국외 배당 및 차익실현을 거두며 단기 차익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탓입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장기적 성장 동력 제고나 고용 안정보다는 단기적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벌처펀드'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이는 건전한 투자 생태계를 지향하는 기업금융, 모험자본까지 도매금으로 묶여 사회적 질타의 대상이 되는 배경입니다.
 
전문가들은 회생절차에서 대주주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사모펀드가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는 점을 들어, 제도 설계와 감독을 통해 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법원은 기업 회생 등의 절차로 경영 실패를 초래한 대주주가 가장 큰 손해를 보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지켜야 한다”며 “채무자나 노동자, 일반 소비자가 아닌 대주주가 가장 무겁게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채무 조정과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모펀드나 행동주의 펀드들이 비효율적인 경영을 견제하고 기업의 수익성과 밸류업을 이끄는 순기능이 입증됐다”며 “이들을 무조건 악마화하는 것은 오히려 기득권 경영자들에게만 도움이 될 뿐이므로, 이들이 자본시장의 맹수가 될지, 아니면 파수꾼 역할을 할지는 결국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린 우리들의 몫”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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