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이원진 기자] 중동 사태로 81일간 발이 묶였던
HMM(011200)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원유 200만배럴을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봉쇄 이후 국적선이 뱃길을 연 첫 사례로 고비용 운송에 시달리던 원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입니다. 정부는 단일 선박 통항을 시작으로 해협에 남은 25척의 국적선이 모두 빠져나올 수 있도록 통항 재개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유니버셜 위너’호. (사진=연합뉴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유니버셜 위너호’는 오만만 입구 인근 해협 동측 항로를 지나 다음달 10일께 울산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중동 사태 이후 해협에 고립돼 있던 선박 가운데 실제 운항이 재개된 첫 사례로, 약 81일 만에 열린 뱃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30만DWT급인 유니버셜 위너호에는
SK이노베이션(096770)에 공급될 원유 200만배럴이 실려 있습니다.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에 맞먹는 규모입니다. 선내에는 한국인 선원 9명을 포함해 총 21명이 승선해 안전 운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통항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성사됐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VLCC를 대상으로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위안화나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징수하고 있습니다. 200만배럴 적재 기준 약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유니버셜 위너호가 정부와 이란 측 협의를 통해 별도 비용 지급 없이 통과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남아 있는 다른 국적선들의 통항 재개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81일 만에 이뤄진 우리 국적선의 통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남아 있는 선박과 선원들도 안전하게 위험 해역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보호 조치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선원노련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선박 25척과 선원 110여명이 중동 해역에 남아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 전체로는 약 2000척의 선박과 2만여명의 선원들이 고립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닻을 내리고 멈춰 있는 선박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남아 있는 국적선들의 추가 통항 협의에도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외교부는 전쟁 발발 이후 이란 측과 네 차례 통화하며 선박 안전과 통항 재개 문제를 논의해 왔습니다. ‘한국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 원칙 아래 통행료 지급 없이 나머지 국적선들의 안전한 이동을 추진 중입니다.
대기 중인 나머지 유조선들도 순차적으로 운항을 재개하게 되면, 물류비 증가와 공급망 불안에 시달리던 정유업계의 숨통이 본격적으로 트일 전망입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는 곧바로 국내 에너지 공급망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유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이나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등을 활용한 우회 운송과 현물(스폿) 물량 확보로 대응해 왔지만 물류비와 운송 기간 증가 부담이 컸습니다.
정유업계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 다수 유조선이 여전히 대기 중인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상세한 내용은 보안상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한 척을 가지고 정상화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지만 선사들뿐만 아니라 업계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윤영혜·이원진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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