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거부로 끝내 결렬…21일 ‘총파업’ 돌입
‘성과급 배분 비중’ 입장차 못 좁혀
“사측이 거부” VS “성과주의 위배”
정부 중재에도…노사 모두에 ‘책임’
2026-05-20 15:31:37 2026-05-20 15:57:14
[뉴스토마토 배덕훈·안정훈 기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라는 위기를 앞두고 벼랑 끝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노사의 최종 협상이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내 결렬됐습니다. 정부의 중재로 사흘에 걸쳐 진행된 사후조정에서 노사가 일부 사안에 대해 접점을 찾았지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 배분 비중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총파업이라는 파국 수순으로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었던 사후조정마저 결렬된 만큼 21일 예정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 측은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노조는 파업 강행 입장을 밝혀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양측 모두 추가 대화 의지를 밝혀 파국 전 극적 타결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왼쪽)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총파업 예고 시점을 하루 앞두고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을 마치고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21일에 예정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노조는 사후조정 기간 동안 성실히 임하며 접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도 동의했으나 사 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노조는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노위 "배분 비율 노조가 양보"
 
노사 양측은 연봉의 50% 상한 폐지와, 성과급 배분 비중, 그리고 이에 대한 제도화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치열한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이 중 상한 폐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성과급 배분 비중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편성한 뒤 부문 단위 70%, 사업부 단위 30% 비율로 배분하자는 주장을 일관되게 요구해 온 반면, 사 측은 성과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반도체 실적 호황에 따른 메모리 사업부의 성과와 달리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오랜 기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까닭에 막대한 성과급을 주는 것이 성과에 따른 보상 원칙과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사후조정 결렬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이는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저희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조정안 거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노사 간 협상을 중재한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중노위가 조정안을 냈는데 노조는 수락했고, 사용자는 유보라고 하면서 사안을 거부했다큰 것 하나, 작은 것 한두 가지에 관해 근본적으로 의견 접근을 못 했는데, (배분 비율 쟁점은) 노조가 양보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면 중단시 복구까지 3주 예상
 
이처럼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결국 협상이 결렬에 이르면서 삼성전자는 총파업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앞서 수원지법이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위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함으로써 총파업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렸지만, 노조는 예정대로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사 측은 가처분 신청 인용에 따른 필수 인력 7087명이 필요하다고 노조에 공문을 보낸 상태입니다. 이에 노조 측은 기본권을 제한 받는 인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비조합원을 먼저 배치해 달라며 장외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국가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집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삼성전자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전체 경제성장률이 최대 0.5%p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가 다시 복구되는 데 약 3주가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해 반도체 생산 차질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힘주어 나선 협상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 책임론에서 노사 모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막대한 성과급 규모에 가려졌지만, 이번 갈등의 본질은 산정 체계의 불투명성에 대한 노조의 오랜 불만으로, 사 측이 장기간 이를 방치해 온 탓에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경쟁사가 성과급 기준 체계를 바꾼 점 등 사태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노조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등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더해집니다. 노조 역시 노노 갈등을 초래하고, 성과급 숫자에만 매몰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제도화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고수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됩니다.
 
추가 대화 여지 ‘실낱 기대
 
전문가들은 천문학적 손실을 불러일으키기 전에 노사가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AI 반도체는 고객 입장에서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데 파업에 따라 불가능해진 상황으로 고객 이탈 가능성이 큰 문제라며 파업을 하더라도 노사가 논의하면서 빠르게 종료되도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 차이도 있지만 빨리 만들어서 공급하는 고객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가 많이 작용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신뢰도가 상당히 훼손될 수 있기에 노조와 계속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협상 결렬에 따른 입장 차만 확인했지만, 노사 역시 추가 대화 여지를 남긴 상황입니다. 노조는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삼성전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되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20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연합뉴스)
 
한편, 노조는 대규모 장외 투쟁 등 사업장 밖 집회가 아닌 작업 거부나 사내 투쟁형태로 총파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조 측은 2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에서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배덕훈·안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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