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전통 대 신흥' 대결)"덩치 큰 형님보다 잘 나가는 동생"…K-뷰티 '머니무브'
'브랜드보다 플랫폼'…아모레·LG생건 흔드는 에이피알
판도 변화, 에이피알 시총 14조…아모레퍼시픽 '두 배'
2026-05-20 17:02:58 2026-05-20 17:02:58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국내 K-뷰티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며 글로벌 재정비와 체질 개선에 나선 사이, 글로벌 이커머스와 SNS 마케팅을 앞세운 에이피알과 구다이글로벌 등 신흥 뷰티 기업들이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무기로 투자 자금을 흡수하며 K-뷰티 주도권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 K-뷰티 산업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국내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양강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더후' 등 대표 럭셔리 브랜드는 중국 소비 회복과 맞물려 높은 수익성을 견인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현지 소비 트렌드 변화, C-뷰티 부상 등이 맞물리며 기존 성장 공식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양사는 중국 매출 비중 축소와 함께 수익성 둔화를 경험했고, 이후 북미·일본·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습니다.
 
중국 시장 침체는 국내 뷰티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지난 5년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의 한계를 겪으며 실적 급락과 체질 개선, 글로벌 시장 재편을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5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와 중국 관광객 감소 악재가 겹친 2020년 이후 실적이 급감하기 시작해 2023년에는 매출이 3조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영업이익 감소 폭도 컸습니다. 2016년 8481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20년 1430억원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2528억원, 영업이익 335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회복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5%, 52.3% 증가한 수치입니다. 올해 1분기에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1조1358억원, 영업이익은 7.6% 늘어난 126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왼쪽), LG생활건강 사옥 전경 (사진=각사 제공)
 
중국 리스크에 흔들린 아모레·LG생건…체질 개선 돌입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미엄 스킨케어 부문 글로벌 톱3 진입과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 핵심 시장 집중 육성 △통합 뷰티 솔루션 강화 △바이오 기술 기반 항노화 연구 △민첩한 조직 혁신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전환 등 전략 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글로벌 성장 가속화를 위해 해외 핵심 시장 중심의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과 글로벌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리밸런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LG생활건강 역시 럭셔리 브랜드 중심 전략을 재정비하는 한편, 더마·프리미엄 제품군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어든 7711억원, 영업이익은 43.2% 감소한 38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5%포인트 하락한 6.8%였습니다.
 
반면 신흥 기업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뷰티 기업 시가총액 1위인 에이피알을 중심으로 시장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때 K-뷰티를 대표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은 6조7910억원 수준인 반면, 에이피알은 14조6009억원으로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습니다. 에이피알은 글로벌 D2C와 뷰티 디바이스 사업 성장성을 앞세워 뷰티 대장주 자리를 차지한 것입니다.
 
현재 투자시장은 단순 화장품 제조기업보다 플랫폼·글로벌·데이터 기반 소비재 기업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고, 아시아에서는 에이프릴스킨 브랜드 매출 기여와 미용 의료기기 수출 수요 증가로 올해 2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시내 백화점 뷰티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K-뷰티 대장주', 에이피알 급성장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 패션을 결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사몰 기반 D2C 전략과 글로벌 온라인 판매 확대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뷰티 디바이스의 높은 마진 구조와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화장품 판매 구조가 결합되면서 기존 화장품 기업 대비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에이피알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934억원, 영업이익은 1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174% 급증했습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은 의료기기 사업"이라며 "기존 화장품 사업과 홈 뷰티 디바이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병·의원용 의료기기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이피알 경쟁사로 꼽히는 달바글로벌과 구다이글로벌 등 신흥 K-뷰티 기업들도 글로벌 플랫폼 입점과 소셜미디어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해외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형 유통망이나 오프라인 채널 중심 성장 모델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업계 자금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과거 안정성과 브랜드 파워를 중시해 전통 화장품 대기업에 집중됐던 투자 자금이 이제는 더 높은 성장성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갖춘 신흥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흥 기업을 둘러싼 우려도 존재합니다.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과 특정 브랜드·채널 의존도, 해외 성장 둔화 가능성 등은 주요 리스크로 꼽힙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브랜드 중심 산업에서 플랫폼·콘텐츠·커뮤니티 기반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기업 가치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며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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