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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8일 11: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건축자재업체인
KCC(002380)(이하 케이씨씨)가 2조원대 평가이익을 등에 업고 역대 최대 자본 규모를 기록했지만 본업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보유 지분 가치 상승이 장부상 이익을 끌어올리며 외형을 키운 모습이다. 실리콘과 도료 사업이 건자재 부진을 떠받치며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이 입증됐음에도 본업이 아닌 평가이익으로 순이익과 자본만 불어나는 '자본의 역설'이 나타난 셈이다.
KCC건물 사옥 (사진=KCC)
삼성물산 등 보유지분 공정가치 평가이익만 2조원대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씨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 5384억원으로 전년(3265억원) 대비 371%(1조 2119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도 5조 2659억원에서 7조 8244억원으로 약 48.6%(2조 5595억원) 늘어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형상 실적과 재무 모두 큰 폭의 개선 흐름을 보였다.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 자리 잡고 있다.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평가이익은 3422억원에서 2조 6417억원으로 672%(2조 2995억원) 급증하며 금융수익 확대를 이끌었다. 지분가치 상승으로 발생한 평가이익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됐고, 이익잉여금으로 누적돼 자본총계를 끌어올렸다.
(표=한국기업평가)
케이씨씨가 보유한
삼성물산(000830) 지분 가치 상승은 이번 평가이익 확대의 주요 이유다. 실제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해 들어 급등세를 타며 케이씨씨의 장부상 이익과 자본 확대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2025년 1월 초만 해도 10만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해당 종목 주가는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와 자회사 가치 재평가 이슈를 업고 작년 말에 36만원까지 근접했다. 현재는 40만원선을 훌쩍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 지분도 보완 축으로 힘을 보탰다. HD한국조선해양 주가 또한 같은 기간 23만원대에서 4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현재 주가는 46만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주가 상승 영향으로 삼성물산은 취득금액 1조 1988억원 대비 장부금액이 4조 738억원으로 늘었고, HD한국조선해양 역시 1730억원에서 1조 4463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본업의 체력은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6조 6588억원에서 6조 4838억원으로 2.6% 감소했고, 영업이익 또한 4711억원에서 4276억원으로 9.2% 줄었다. 순이익 증가 규모 대부분이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으로 현금으로 벌어들인 성과와는 괴리가 나타난 것이다. 자본은 커졌지만, 그 기반이 본업이 아니라는 점이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 부진 속 포트폴리오 효과…경쟁사 대비 선방
금강스레트공업으로 출발해 도료·건자재 중심 사업을 이어온 케이씨씨는 모멘티브 인수 등을 계기로 실리콘 사업을 키우며 사업구조를 바꿨다. 현재는 실리콘·전자재료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반도체·전기전자·자동차 등 전방 산업 수요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비중이 커졌다. 건설·건축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도료와 건자재 부문을 실리콘·전자재료가 보완하는 구조다.
사업 현황을 보면 케이씨씨의 외형은 사실상 실리콘 중심으로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부매출(6조 4838억원) 기준 실리콘 부문이 3조 671억원으로 전체의 47.3%를 차지하며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기록했다. 도료가 1조 9098억원(29.5%)으로 뒤를 이었고, 건자재는 9666억원(14.9%), 기타 부문은 5403억원(8.3%) 수준에 그쳤다. 건자재 중심 기업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실리콘 사업이 외형을 이끌고 있다.
도료 부문은 수익성 기여도가 높다. 이 부문 영업이익은 2194억원으로 전체의 51.3%를 차지하며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실리콘 부문 이익 기여도는 19%(810억원), 건자재는 1151억원으로 26.9%다. 특히 기타 부문은 108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전체 수익성을 일부 깎아내렸다. 실리콘이 외형, 도료가 수익을 담당하는 '이중 구조'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실리콘과 도료 사업이 건자재 부진을 일부 보완했지만, 영업 기반의 이익 창출력은 정체된 모습이다 .
케이씨씨 측은 건자재 중심 기업들이 업황 악화로 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과 달리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는 입장이다.
케이씨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보면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가치 변동의 영향이 컸다"며 "당시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고 건자재 업황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료 역시 건축용은 부진했지만 공업용·선박용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건자재만큼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며 "실리콘 사업까지 포함돼 이 덕분에 건자재 부문의 부진을 다른 사업에서 일부 상쇄해 이익 방어가 가능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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