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인천글로벌시티(IGCD)가 6221억원 규모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시공 도급계약을 시공사 호반건설에 강요하다시피 추진한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입니다. 인천글로벌시티는 호반과 첫 만남에서부터 미리 작성된 도급계약서를 건네며 단 6일 안에 서명토록 요구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6000억원대 대형 도급계약 검토와 협의에 일주일도 주어지지 않은 셈입니다. 인천글로벌시티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정복 인천시장의 치적을 의식해 무리하게 송도 글로벌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글로벌시티는 지난 3월23일 호반건설을 송도 글로벌타운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4월2일 호반 측과 처음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인천글로벌시티는 자신들이 작성한 도급계약서를 호반 측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4월8일까지 서명하도록 요구했습니다. 호반 측이 '단 6일 만에 6000억원이나 되는 계약서를 검토하고 합의하는 건 어렵다'라고 난색을 보이자 인천글로벌시티는 4월23일로 시한을 다시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호반은 4월23일에도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인천글로벌시티는 이후 5월8일 오후 5시를 새로운 시한으로 다시 정하고, 호반 측에 이런 내용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인천글로벌시티 공문에 따르면, 인천글로벌시티는 "이행 조치 및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입찰을 무효화하는 등 후속 조치를 즉시 시행할 것임을 2차로 최고(催告)한다"라 명시했습니다.
업계에선 호반건설이 계약 체결을 머뭇거리는 이유가 도급계약서 조항 자체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뉴스토마토>가 인천글로벌시티의 도급계약서를 변호사와 업계 관계자 등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해당 계약서는 사업 리스크의 대부분을 시공사에 전가하는 구조로 짜였다는 겁니다.
특히 지적받는 조항은 △설계 누락분 시공사 무상 시공 의무 △계약문서 해석권 발주처 우위 △물가변동·설계변경 정산 전면 배제 △공사대금 분양 성과 종속 등입니다.
설계 누락분 시공사 무상 시공 의무 조항이란, 설계도서에서 누락된 사항이라도 시공사가 추가 공사비 없이 시공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통상 설계 누락은 정산을 통해 공사비를 보전받는 것이 관례지만, 이를 전적으로 시공사 부담으로 돌린 겁니다.
계약문서 해석권 발주처 우위 조항도 시공사에 불리하게 짜여 있습니다. 계약 이행 과정 중 조항 해석에 다툼이 생길 경우 발주처인 인천글로벌시티의 해석을 우선 따르도록 명시, 협상과 분쟁에 관한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물가 변동이나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도 원천 차단했습니다. 자재비나 인건비가 폭등해도 44개월의 긴 공사 기간 동안 시공사는 단 한 푼의 추가 비용도 요구할 수 없는 겁니다. 심지어 공사비 지급 방식도 '분양 수입금 내 지급'으로 설정, 분양이 안 되면 시공사가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위험까지 모두 떠안게 했습니다.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 조감도. (사진=인천글로벌시티)
익명을 요청한 A 변호사는 "각 조항을 따로 떼어 보면 흔한 경우일 수 있지만, 이 모든 게 한꺼번에 들어간 계약서는 리스크가 비정상적으로 커진다"며 "이 정도면 시공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수준을 넘어, 협상 과정 자체를 조정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인천글로벌시티는 이런 계약서 문제는 그냥 두고 시공사에 서명 시한만 거듭 못 박고 있습니다.
호반 측이 합의를 머뭇거린 사이 인천글로벌시티는 호반에 우선협상자 자격 박탈 가능성까지 거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인천글로벌시티의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모 지침상 우선협상자 선정 후 10일 이내에 기본 협약을 맺도록 돼 있는데 호반이 뜸을 들이고 있다"며 "호반에 공문을 보내 응답을 요구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절차 규정에 따른 안내일 뿐이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대표가 언급한 '10일'이라는 기간은 인천글로벌시티가 직접 만든 시공참여안내문에서의 '7일' 시한과는 다릅니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3월23일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계약체결 시한은 3월30일입니다. 그런데 인천글로벌시티가 호반과 처음 만난 날은 4월2일입니다. 양측 모두 이미 시공참여안내문상 7일 시한을 어긴 상태에서 첫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셈입니다.
더구나 인천글로벌시티가 만든 시공참여안내문엔 '협의로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라는 내용까지 담겼습니다. 양측이 시한을 어긴 상태에서 협의로 일정을 다시 맞추는 것이 시공참여안내문이 정한 절차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인천글로벌시티 대표는 "쌍방 합의가 있을 경우에는 (협약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고 인정하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호반건설은 '인천글로벌시티의 일방적 통보만 있었을 뿐 (협약 시한 연장 등의) 협의는 없었다'라는 입장입니다. 호반 측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걸맞은 회의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인천글로벌시티 쪽에서 '잠깐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구두로 계약만 종용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인천글로벌시티가 앞서 진행한 송도 아메리칸타운 2단계 사업과 비교해도 이번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은 '계약 강행' 정황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2단계 사업 때 시공계약 협상은 무려 10개월간 진행됐습니다. 3단계 '6일 만에 사인'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입니다.
이에 대해 인천글로벌시티 대표는 "2단계 사업 때는 (협상이) 10개월 갔지만, 그렇게 하고서도 제대로 진행이 안 됐다. 결국 기존 시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새로운 시공사와 수의계약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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