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의 배신)②보험소비자에만 가혹한 금융위
2026-04-20 14:27:38 2026-04-20 14:40:3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소비자 보호 강화와 판매 책임성 제고를 강조하면서도 보험 시장에선 유독 소비자들의 편을 들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실손보험과 관련해 보장 축소형 5세대 상품 도입과 세대 전환을 밀어붙이며 가입자 부담을 키우고 있는데요. 보험금 지급 분쟁 해소와 소비자 보장성 강화는 뒷전으로 미룬 채 보험사 손해율 관리에 치우친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5세대 실손도 '보장 축소'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보험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5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제도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대신 일부 담보의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보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비급여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장을 차등 적용하는 구조인데요. 도수치료 등에 대해선 사실상 혜택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기부담률을 높였습니다.
 
보험 개혁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보험사들의 손해율 관리에만 중점을 두고 소비자 보장성은 후퇴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비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 축소와 자기부담금 인상·확대로 가입자 부담만 가중됐기 때문입니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만큼 필수 보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다 의료 이용 유발과 가파른 보험료 인상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건 역시 사실입니다. 자연스레 금융위 주도로 의료계·소비자·학계·금융·보건당국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세대를 거듭해 개편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실손보험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후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은 보험업권에 있어서만큼은 소비자보다 보험사가 우선입니다. 의료비 상당 부분을 보전받아 가입자 만족도 및 치료비 지원 수준이 가장 높았던 1세대는 2세대로 넘어오면서 처음으로 자기부담금이 생겼습니다. 이후 3세대에서 비급여 보장이 본격적으로 축소됐고 4세대에선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으로 지불하는 장치를 도입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보장 범위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결국 선량한 대다수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아플 것에 대비해 가입한 실손보험을 계약 규정에 맞게 사용하는데 결과는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돌아온다"며 "보험사들이 과잉 진료로 손해를 봤다며 매년 보험료를 폭풍 인상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남 팀장은 "애초 의료기관과 환자의 과잉 진료를 제어할 수 없도록 상품을 설계한 보험사의 책임이 크지만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결국 전체 가입자의 몫이 된다”면서 “합리적 병원 이용자만 부담이 커지는 불공정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권에서 '보험' 민원이 가장 많아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을 상대로 불완전판매 규제 강화와 판매 책임성 제고를 내세우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실손의료보험 시장에선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카드업권에는 설명 의무와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도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보장성이 낮은 4세대 전환을 유도하고 5세대 상품 도입까지 추진하며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어섭니다. 소비자 권익보다 보험사 손해율 관리에 정책 무게추가 쏠렸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전 금융권에서 민원이 가장 많은 업권이 바로 보험입니다. 특히 소비자 불만은 보험금 지급 단계에 집중돼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민원은 총 4만1152건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보상(보험금) 관련 민원은 3만589건으로 전체의 74.3%를 차지했습니다.
 
업계에선 보험금 보상 민원의 상당수가 실손보험 청구와 관련된 지급 거절·삭감, 서류 보완 요구, 의료 자문 분쟁 등에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입 권유나 상품 설명보다 보험금 지급 거절·삭감, 지급 지연 등 사후 보상 단계에서 갈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의 보장이 계속 쪼그라들면서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당국의 정책 논의 쟁점은 소비자 피해 해소보다 보장 범위 조정과 손해율 관리에 맞춰져 있습니다. 
 
보험개혁회의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각종 논의기구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경영자총협회 △금융소비자학회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집단이 참여하고 있지만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논의 단계에서 소비자가 참여해 입장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형식적으로 회의에 참여시켜 전체 소비자 의견을 반영했다고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5세대 실손보험 도입에 앞서 선결 과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5세대 실손보험 도입에 앞서 상품 구조 개편보다 보험금 지급 과정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의료 자문 절차의 객관성 확보 △손해율·보험료 산정 기준 공개 △부당한 보험금 부지급 제재 강화 △비급여 관리 체계 정비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소비자 참여 확대 등이 선행 과제로 거론됩니다. 소비자가 신뢰하지 못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상품만 계속 바꾸는 방식으로는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집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계장은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거나 보험사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금융위가 주도해 상품을 계속 바꾸고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건보 재정이나 과잉 진료 문제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중립적 관점에서 상품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계속 세대만 바꿀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제대로 된 상품 구조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금융위원회(왼쪽)와 지난해 3월 열린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정부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관련 국회 토론회. (사진=금융위원회, 뉴시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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