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5세대 전환 시 3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 주는 금융위원회 방안이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혜택이 축소되는 데 비해 이점이 적다는 판단이고, 보험업계에서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토로합니다.
"금융위, 의료쇼핑 프레임 씌우지 말아야"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며 1·2세대 가입자들을 보험사가 재매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재매입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해지환급금 이외 추가적인 보상을 주고 계약을 해지한 후 다시 사들이는 방안입니다. 1·2세대 실손 가입자를 대상으로 낸 보험료에서 수령한 보험금을 뺀 차액 만큼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5세대로 갈아탈 경우 3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 주는 방식입니다.
당장 실손 가입자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1세대는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고 입·통원비를 100% 보장하는 구조인 반면, 5세대는 비중증·비급여 보장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1·2세대 가입자 중 의료 이용이 잦은 가입자라면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는 1·2세대를 유지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가령 40대 남성의 4세대 보험료가 1만5000원 수준이라면 이보다 저렴하게 설계된 5세대로 갈아타면서 얻는 50% 할인 실익은 미미합니다. 실제로 4세대 실손 도입 당시에도 같은 비율의 할인 정책이 1년간 시행됐지만 전환율은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재매입 혜택을 받을 대상자들은 평소 의료비를 거의 청구하지 않고 보험료만 납부해 온 우량 고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을 5세대로 대거 이동시킨다면 기존 1·2세대에는 의료 이용량이 많은 가입자 비중이 높아져 결국 1·2세대 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미 당국의 유도에 따라 아무런 보상 없이 4세대로 갈아탄 기존 가입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남아 있는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정책이 향후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입니다.
1999년 처음 도입된 이후 '제2의 건강보험'으로 자리 잡은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변천해 왔는데요. 세대가 바뀔 때마다 보장 범위는 좁아지고 자기부담금은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4세대는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300%까지 할증하는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번에 도입되는 5세대 역시 높아진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해 중증·비급여 보장은 강화하되 비중증·비급여 보장은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졌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1·2세대 실손은 너무나 좋은 상품으로 인식돼 있어 기존 가입자 중 넘어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5세대까지 실손이 출시되는 것 자체가 당국의 실패"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손해율을 낮추려면 다른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의료 쇼핑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말고 실손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병원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매입 보험료 할인,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
보험업계 불만도 여전합니다. 1·2세대 실손 재매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관리 이익보다 당장 지출해야 하는 비용과 그에 따른 잠재적 손실이 훨씬 크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우선 납입 보험료와 수령 보험금의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은 보험사 입장에서 막대한 현금성자산을 한꺼번에 쏟아야 하고, 보험료에서 보험금 차액을 주고 매입하는 방식도 비용 면에서 부담입니다. 차액이 큰 우량고객을 5세대로 전환하면 1·2세대의 손해율이 치솟아 보험사 입장에서는 재매입 금액과 손해율 부담이 함께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3년간 50% 보험료 할인 방안 역시 할인 금액이 크고 기간마저 길어 가입자당 발생하는 누적 할인액을 감안하면 보험사 입장에서 섣불리 시도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당국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세대와 실제 손해율 사이의 괴리를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은 1·2세대의 재매입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실상 손해율은 3·4세대가 더 높습니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기준 손해율은 △1세대 113.2% △2세대 114.5% △3세대 137.9% △4세대 147.9%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재매입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1·2세대 가입자 중 우량고객이 5세대로 넘어오게 된다면 1·2세대의 손해율이 나빠져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난처한 상황은 보험사들의 본업 경쟁력 악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최근 손보사들은 보험 영업에서 입은 손실을 투자 수익으로 메우며 간신히 실적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3~2025년 3년간 손보사들의 실적 추이를 보면 수입 구조가 잘 드러납니다.
3년간 손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은 8조2520억원에서 7조2492억원으로 12% 가량 줄어드는 사이 본업인 보험손익은 8조3281억원에서 5조6277억원으로 32%나 급감했습니다. 투자 손익이 2조6681억원에서 4조4482억원으로 66%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손보업계 다른 관계자는 "3년간 50% 할인 등 재매입 방안으로 보험사의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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