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AI가 신약을 발명했다면, 수익은 누구의 것인가
<사이언스>가 제기한 'AI 발명자' 논쟁
인간과 AI의 발명 공헌도 배분도 논란
2026-02-23 14:14:11 2026-02-23 15:29:00
인공지능(AI)이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만약 그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해 시장에 출시된다면, 특허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수익은 누가 가져야 할까요.
 
과학 저널 <사이언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로펌 펜윅 앤 웨스트(Fenwick & West)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프레드릭 창(Fredrick Tsang)과 안토니아 세케이라(Antonia Sequeira)에게 이 첨예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AI를 통한 신약 개발과 관련된 지적재산권 논쟁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특허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AI가 연 신약 개발 새 지평
 
단백질은 아미노산 서열에 따라 합성되지만, 그 기능은 접힌 뒤 형성되는 3차원 구조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구조를 알면 질병 관련 단백질의 기능을 이해하고 신약 개발의 표적을 설계할 수 있으며, 유전 변이가 단백질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오랫동안 생명과학 분야의 대표적 난제였습니다.
 
이 난제를 해결한 것이 알파폴드2(AlphaFold2)입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존 점퍼(John Jumper)와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개발한 딥러닝 기반 단백질 구조 추론 시스템으로, 두 사람은 이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알파폴드2 등장 이후 구조 기반 약물 설계가 크게 가속되었고, AI를 핵심 역량으로 삼는 바이오 기업들이 급증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으로, AI를 활용해 표적 발굴부터 분자 설계까지 불과 18개월 만에 난치성 폐섬유증(IPF) 치료를 위한 전임상 후보물질(preclinical candidate)을 도출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AI 신약 개발 시장이 2026년 약 29억달러(약 4조원)에서 연평균 25% 성장해 2033년에는 138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적 혁신의 이면에는 해결되지 않은 법적 논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특허법은 발명자가 반드시 자연인, 즉 사람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미국 특허법도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 판례는 이를 일관되게 인간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2022년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이 원칙을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AI 연구 기업 이매지네이션 엔진스(Imagination Engines)의 CEO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가 자신이 개발한 AI 시스템 'DABUS'를 발명자로 등재해 특허를 출원했으나, 법원은 발명자가 자연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습니다. 창 변호사는 이 판결이 항소법원 결정인 만큼 대법원에 의해서만 뒤집힐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사람만 발명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 판결이 다루지 않은 영역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간과 AI가 함께 개발 과정에 참여했을 때 발명의 공헌도를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문제입니다.
 
미국 특허법에서 발명자 자격의 핵심 개념은 '착상(conception)'입니다. 법원은 이를 “완성된 발명의 확실하고 영구적인 아이디어를 발명자의 마음속에 형성하는 것(the formation in the mind of the inventor of a definite and permanent idea of the complete and operative invention)”으로 해석합니다. 문제는 AI가 단순한 계산 도구를 넘어 실질적으로 새로운 분자 구조를 제안하고, 인간 연구자가 그 결과를 검증·선별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알고리즘을 설계한 개발자인지, 데이터를 제공한 연구기관인지, AI를 운용한 제약회사인지, 최종 실험을 수행한 과학자인지, 아니면 AI 시스템 그 자체인지가 모두 논쟁의 대상입니다. 이 물음은 관념적 논쟁이 아닙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특허 수익이 그 답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창 변호사는 소분자 신약의 경우 인간 발명자의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AI가 분자의 디지털 형태를 출력한다고 해서 실제 합성 경로까지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합성 경로를 고안한 화학자가 발명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고, 해당 기업이 분자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세케이라 변호사는 단백질이나 핵산 같은 대형 분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AI가 특정 서열을 출력하면 그로부터 단백질이나 핵산을 만드는 방법은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어, 인간의 실질적 기여를 주장하기가 한층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창 변호사는 AI가 기존 분자에서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 경우, 이른바 용도 재창출(drug repurposing)에서도 특허 귀속 문제는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덧붙입니다.
 
창 변호사는 인간은 본래 자신의 사고 과정을 기록하는 데 서툰 반면, AI 출력물은 버튼 하나로 저장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 결과 실제로는 연구자가 주도적 역할을 했음에도 기록상으로는 AI가 훨씬 더 많이 기여한 것처럼 보이는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세케이라 변호사는 이것이 특허 소송에서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침해 소송이 제기되면 상대방 변호인은 실험 노트와 학술 논문을 샅샅이 뒤져 AI의 관여도를 따집니다. AI가 발견의 핵심 주체로 기록되어 있다면 특허 자체가 무효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험 노트, 마케팅 자료, 학술 논문 모두에서 AI의 관여도를 정확하게, 그리고 과장 없이 기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케세이라 변호사는 강조합니다.
 
딥러닝 기반 단백질 구조 추론 시스템인 알파폴드2로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알파폴드 단백질 구조 데이터베이스에 올라 있는 단백질의 구조들 가운데 하나. (이미지=AlphaFold Protein Structure Database)
 
특허보다 계약 디테일이 중요
 
AI 개발사가 AI 보조 발명의 특허권을 직접 주장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두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AI 제공사와 이용자 간의 경제적 이익 배분은 결국 양 당사자의 협상에 기반한 상업 계약이 결정합니다.
 
세케이라 변호사는 계약 조항의 세부 설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미국 특허청 가이드라인은 제약회사를 위해 AI 모델을 미세조정(fine-tuning)한 엔지니어가 특허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AI 플랫폼 도입 계약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체결하고, 모든 발명의 권리가 제약회사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케세이라 변호사는 협상의 결과도 힘의 균형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대형 AI 대 대형 제약사, 대형 AI 대 소형 제약사, 소형 AI 대 대형 제약사의 구도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계약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AI 신약 개발을 둘러싼 지식재산권과 수익 분배 문제는 ‘아직 답이 없는 열린 질문’입니다. 그 답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물론 법원과 입법기구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연구소에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분자 구조를 선별하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기여를 어떻게 기록하고 증명하느냐가, 미래의 법적 판단이 기댈 사실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