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과학 저널의 쌍벽, <네이처>와 <사이언스>
세계 최고 권위의 양대 과학저널
‘개방적 지식 공동체’ 이상 공유
2026-02-25 10:53:59 2026-02-25 10:53:59
일간지 과학 기사에 자주 인용되어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저널이 있습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입니다. 이 두 저널에는 전 세계 연구자들로부터 매년 수만 편의 논문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힌 논문(1953, Nature), 인간 게놈 해독 결과(2001, Nature와 Science), 중력파 관측 성과 등 한 세기 반 가까운 세월 동안 단순한 학술지를 넘어 현대 과학 문명의 시금석이자 나침반 역할을 해온 저널들입니다.
 
편지 공화국 후예들, 두 저널의 탄생
 
1869년, <네이처>는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노먼 로키어(Norman Lockyer)에 의해 영국에서 창간되었습니다. 로키어는 과학 지식이 소수의 전문가에게만 머물지 않고 보다 넓은 지식인 사회와 공유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신은 17~18세기 유럽 학자들이 편지를 통해 국경을 넘어 지식을 교환하던 ‘편지 공화국(Republic of Letters)’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 볼테르가 편지를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추구했던 핵심 가치, 즉 ‘개방적 지식 공동체’라는 이상이 <네이처>의 창간 취지에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었습니다.
 
1869년에 창간해 157년 동안 주간으로 발행해 온 <네이처> 8102호 표지.(사진=네이처)
 
출판은 맥밀란(Macmillan) 출판사가 맡았고, 로키어는 무려 50년간 편집장으로 재직하며 저널의 성격과 방향을 직접 이끌었습니다. 창간 초기의 <네이처>는 오늘날과 같은 엄격한 전문 학술지라기보다는 과학자들 간의 소통과 토론을 위한 플랫폼에 가까웠으며, 독자 편지와 논평이 중요한 지면을 차지했습니다. ‘편지 공화국’에서 지식인들이 편지를 매개로 교류했듯, <네이처> 역시 ‘네이처 레터(Letters to Nature)’라는 짧은 연구 보고 형식을 통해 과학자들 간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사이언스>는 1880년 과학 저널리스트 존 미켈스(John Michels)가 전기조명 사업으로 부를 쌓은 토머스 에디슨의 재정 지원을 받아 창간했습니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곧 폐간 위기에 처하자, 1883년 전화기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그의 장인 가디너 허바드(Gardiner Hubbard)가 인수해 재창간했습니다. 벨은 과학의 대중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인물로, <사이언스>가 단순한 학술지가 아니라 과학자와 대중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재정적 어려움은 계속되었고, 결국 1894년 심리학자 제임스 맥킨 캐텔(James McKeen Cattell)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캐텔은 과학자 공동체 사이의 활발한 소통과 토론을 중시했으며, 엄격한 편집 기준을 도입해 저널의 학문적 신뢰도를 높이는 데 힘썼습니다. 
 
과학을 단순한 사실의 집적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동체적 탐구로 이해했던 그의 편집 철학은 <사이언스>를 미국 과학계의 지적 광장으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캐텔이 <사이언스>를 인수한 지 5년 뒤인 1900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사이언스>를 공식 저널로 채택했습니다.
 
5%만 통과하는 엄격한 게재 심사
 
<네이처>와 <사이언스>에는 매년 수만 편의 논문이 투고되지만, 실제로 지면에 실리는 것은 그 가운데 5%에 불과합니다. 이 가혹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두 단계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편집자가 논문의 독창성과 학문적 중요성, 그리고 여러 분야 독자에게 미칠 파급력을 검토해 1차 선별을 합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상당수가 탈락합니다. 이를 통과한 논문만이 피어리뷰(동료심사)로 넘어가 보통 2~3명의 전문가에게 평가를 받고, 수정과 재심을 거쳐 최종 게재 여부가 결정됩니다.
 
<네이처>는 공식 안내문에서 논문의 과학적 타당성뿐 아니라 “폭넓은 과학 독자층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최종 판단은 외부 심사자가 아닌 편집진의 몫이라고 명시합니다. 이는 <네이처>가 특정 전문 분야의 학술지가 아니라 학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과학 저널임을 천명하는 대목입니다. 
 
1880년에 창간해 1900년 미국과학진흥협회의 기관지가 된 이후 126년 동안 주간으로 발행해 온 <사이언스> 6787호 표지.(사진=사이언스)
 
<사이언스> 역시 전문 편집진과 분야별 검토 편집자 네트워크가 함께 심사에 참여하며, 심사자의 익명성과 이해 충돌 여부를 엄격히 관리합니다. 게재가 확정된 뒤에도 문장과 구성, 도표를 다듬는 편집 과정이 뒤따릅니다. 이처럼 촘촘하고 까다로운 심사 절차야말로 두 저널이 단순한 논문 게재지를 넘어 과학계 전반의 담론을 형성하는 무대로 기능하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엄격한 심사 절차를 갖추고 있더라도 오류와 실패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두 저널 모두 연구 결과의 오류, 재현 실패, 부정행위 등이 확인된 후 논문을 철회한 사례가 다수 있으며, 이는 과학이 스스로를 교정해나가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두 저널의 임팩트 팩터는 최상위권
 
학술지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에서 두 저널 모두 오랫동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팩터는 해당 저널에 실린 논문이 2년 안에 다른 논문에 얼마나 많이 인용되었는가를 수치화한 것으로, 두 저널의 임팩트 팩터는 매년 50~70 사이를 오갑니다. 대부분의 전문 학술지들이 1~10 범위에 머무는 것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그러나 임팩트 팩터만으로 두 저널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세포생물학 저널인 <셀(Cell)>, 의학 분야의 <랜싯(The Lancet)>,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처럼 임팩트 팩터가 더 높은 저널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저널의 진정한 강점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학제 간 과학(interdisciplinary science)의 허브 역할에 있습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흔히 경쟁 관계로 묘사되지만, 연구자들은 두 저널을 경쟁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과 유럽 과학계가 <네이처>를, 미국 과학계가 <사이언스>를 다소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결과는 두 저널 모두에 투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두 저널은 과학을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공유해야 할 지식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공통된 철학을 지니고 있으며, 편집자들이 논문의 기술적 엄밀함뿐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 게재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이런 철학의 반영입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