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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조선사, 수주 훈풍에 매각 작업 가속화
대한조선 등 중형 4사, 올해 수주 전년 2배
대한조선, KHI 인수 임박…'스토킹 호스' 방식
2021-11-22 06:00:00 2021-11-22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대형 3사에 이어 중형 조선사들도 올해 수주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다. 일감 확보로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나면서 매각 작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조선·대선조선·케이조선·한진중공업 중형 조선사 4사는 모두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중형 조선사 전체로 보면 지난해 대비 3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수주 성과를 냈다.
 
업체별로 보면 대선조선은 구조조정 후 22만7000CGT를 수주해 직전 2년간의 수주 실적인 22만5000CGT를 초과했다. CGT는 선박 건조 시 필요한 작업량을 말한다.
 
한진중공업은 6년 만에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으며, 대한조선은 연간 수주 목표인 14척을 지난 9월에 초과 달성했다. 케이조선은 올해 6600톤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3척과 원유운반선 1척 등을 수주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많은 수주 실적이다.
 
중형 조선사들은 불황으로 최근 수년간 수주 부진에 시달렸다.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구조조정이나 매각에 나서는 업체들도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이 뒤처지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나서지 못하면서 수주 실적이 바닥을 치게 된 것이다.
 
조선업 호황이 시작되면서 중형 조선사들도 올해 수주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다. 사진/대한조선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운업이 호황을 맞고 친환경 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 교체 수요도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3754만CGT를 기록했다. 지난해 1332만CGT와 비교하면 184% 증가한 수준이다. 극심한 불황기였던 2016년 1~9월 1053만CGT와 비교하면 무려 257% 늘었다.
 
선박 발주가 늘기도 했지만 중형 조선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면서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부는 구조조정에 따른 기술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형 조선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부터 '중형선박설계 경쟁력 강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중형 선박 설계기술 개발을 지원했으며 중대형 조선소 퇴직 전문 기술 인력을 고용해 중소 조선소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도왔다.
 
수주가 늘고 경영 환경이 정상화하면서 중형 조선소 인수·합병(M&A)도 다시 속도가 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KHI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대한조선과 스토킹호스를 체결했다. 스토킹호스는 인수 예정자를 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입찰을 한 후,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을 말한다. 대한조선은 향후 공개경쟁입찰을 거친 뒤 내년 초 최종 인수계약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조선은 200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이 된 후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2011년 7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을 해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형 조선사들의 사정이 많이 좋아지면서 수년간 하지 않던 채용에 나서는 곳들도 생겼다"며 "조선업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매각 작업도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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