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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자신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금감원
2020-11-02 06:00:00 2020-11-02 0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제재심을 8시간 이상 열었음에도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일주일을 더 기다리게 됐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직무정지'를 염두에 둔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사례를 고려하면 원안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증권사 내부 통제가 부실해 라임 사태가 발생했다는 책임을 CEO에 묻고 있다. 실무자들이 펀드 자산의 부실을 은폐하고 투자자에게 불완전판매한 상황에서 내부통제 최고 책임자인 CEO도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직무정지가 확정되면 CEO들은 연임 금지는 물론 금융회사 재취업도 수년간 막혀 사실상 금융권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조직 수장을 지키려는 증권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투자자들의 피 같은 돈이 날라간 마당에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속된 말로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금융사가 부실 펀드를 판 책임은 분명히 있지만, 얽히고설킨 라임 펀드의 부실 책임을 금융사에 묻는 것으로 끝나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특히 금감원이 내부 통제 부실을 근거로 금융사 CEO들에게 퇴출을 명령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검사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해 최종적으로 라임사태의 배후 인물이 열람토록 한 직원에 대해선 감봉 3개월(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면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크게 연루가 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퇴직한 직원들이 간접적으로 연루가 될 뻔한 것이고, 나머지는 검찰 수사 중이니 결과를 봐야 한다고 했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선 금융사 내부통제 문제라는 조직의 논리와 배치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증권사 영업행위를 관리·감독했어야 할 금감원 책임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금감원의 논리대로라면 사모펀드 관리감독을 담당한 임직원이나 최종책임자인 금감원장도 중징계 대상이다. 금감원의 감독 부실 책임은 쏙 뺀 채 판매사 CEO의 옷을 벗겨 사태를 해결하려 하다보니 감독당국의 '령(令)'이 안 서고 있다.
 
이대로 CEO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증권사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금감원은 DLF사태 때 은행 CEO들을 중징계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징계 권한이 없다'는 해석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증권사 CEO들 역시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금융사고의 감독 부실을 감독원장이 책임져야 한다거나 증권사 CEO의 책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다만 조직의 수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징계를 내리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납듭할 만한 상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제재로 당국과 업계간의 줄다리기가 길어질 수록 자본시장 신뢰 회복은 요원해진다. 금감원도 자본시장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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