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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 사태, 금융위 책임론 부각
투자 문턱 낮춰 피해 키워…기형적인 사모펀드 양성
2020-10-21 15:39:07 2020-10-21 15:39:07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금융위원회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손실을 감내할 수 없는 소액투자자에게까지 헤지펀드의 문을 열어주고, 자산운용사 설립의 문턱도 낮춰 금융사기에 가까운 사모펀드 투자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사모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사모펀드답지 않게 판매된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헤지펀드라 불리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소수(49인이하)로 구성된 자산가들이 폐쇄적인 집단으로 모여 자기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 기본 특징이다. 정부와 감독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다보니 무엇을 투자하는지(비공개 시장) 베일에 싸인 경우가 많다. 자산운용이 자유로운 반면 문제가 생겼을 때도 투자자들이 직접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당초 국내 사모펀드 투자자격은 △헤지펀드 5억원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10억원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했다. 하지만 2015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자격요건은 대폭 완화됐다. 당시 금융위는 헤지펀드 최소 1억원, PEF 최소 3억원만 가지고 있으면 일반인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운용사 설립 기준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진입문턱을 대폭 낮췄다. 자기자본 기준을 기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고, 전문인력도 최소 3인 이상으로 완화했다.
 
규제가 완화되자 자산운용사 수는 5년 동안 폭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자산운용사의 수는 80여개였지만 최근에는 300여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설립 기준이 완화되는 만큼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운용사 수도 함께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운용사가 걸러지지 않은 것이 이때부터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손실을 감내할 수 없는 소액투자자들이 부실 운용사의 타깃이 됐다. 운용사들은 사실상 공모펀드(50인이상)인데도 사모펀드(49인이하) 쪼개기 판매로 규제를 회피하기도 했다. 소액투자자 대부분은 퇴직금·전세보증금 등 1~2억원을 헤지펀드에 넣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자기주도적으로 모여 투자하는 것이 사모펀드인데, 이번 사태에 보듯이 투자자들은 판매사로부터 끌려가다시피 투자했다"며 "투자자 주권이 없는 상황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사모펀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의 규제 완화로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투자피해가 늘었고, 동시에 부실 자산운용사도 급증하게 된 셈이다. 더구나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점도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금융위는 이러한 규제완화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다시 강화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8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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