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하고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습니다. 다만 이 같은 수요 억제책은 아파트 가격과 전세, 월세를 올리면서 실제 투기 수요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자금 조달 통로를 막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담대부터 정책대출까지 수요 억제 집중
금융당국은 지난해 6·27 대책을 발표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습니다. 동시에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금융권 전반의 대출 관리 체계를 강화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서울 집값 상승 배경으로 다주택자의 추가 매수와 갭투자 등 레버리지 기반 투자 수요를 지목하며 규제 강화를 단행했는데요. 이 조치 이후 금융권에는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설정되면서 사실상 총량 관리 중심의 대출 구조가 본격화됐습니다.
이어 7월1일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되면서 대출 심사 기준이 한층 강화됐습니다.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서 동일 소득 대비 대출 한도가 추가로 감소했고,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기타대출까지 심사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7~8월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세분화해 관리하면서 총량 규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했으며 은행권은 신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일부 고위험 차주에 대한 한도 축소에 나섰습니다.
이 같은 규제 흐름은 9월 은행 건전성 규제 강화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 조정 등 자본규제 강화를 예고하며 은행의 대출 여력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습니다.
주택시장 안정화 추가 대책으로 불리는 10·15 대책에서는 규제가 더 강화됐습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가격 구간별로 2억~6억원으로 차등 축소됐고 스트레스 금리는 추가 상향됐는데요. 특히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이 DSR에 반영되면서 전세대출까지 사실상 규제 영역에 포함되는 구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대출 규제는 보증 및 정책대출 영역으로 확대됐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보증 상품인 MCI 관리가 강화되고 MCG 관리가 확대되면서 추가 대출 여력이 줄었고, 정책대출 공급도 일부 조정되면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 들어서는 신용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증시 상승과 함께 빚투 수요가 확대되자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강도를 다시 높였습니다. 실제 지난 5월 기준 금융권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증가하며 약 5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전체 가계대출도 9조3000억원 늘어나 1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습니다. 이후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등 수요 억제책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주택자 줄었는데 가격 안 잡혀
정부와 금융당국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다주택자와 갭투자를 지목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근 수년간 다주택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5월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다소유지수는 16.14%로 집계됐습니다. 2022년 1월(16.13%) 이후 4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다소유지수는 전체 집합건물 소유자 가운데 건물을 2채 이상을 보유한 비율을 의미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을 다주택자에만 돌리면서 금융 규제만 반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주택자가 매매시장에서는 투자자이지만 임대시장에서는 공급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데요.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은 임대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4월 서울 연립주택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44% 상승하며 2013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월세 상승률 역시 1.60%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전세가격 상승은 다시 매매시장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집값 상승 압력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규제가 반복될수록 실수요자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 주택시장은 상승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4.73% 상승하며 역대 정부 출범 1년 기준으로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전세와 월세도 동반 상승했는데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요구에 맞춰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높이며 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의 핵심은 충분한 공급과 수급 불균형 해소에 있는데 금융 규제에만 의존한 정책이 반복되면서 실수요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촘촘하게 쳐놓은 대출 규제망에 정작 무주택자와 1주택 실수요자가 먼저 걸려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만으로는 시장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와 함께 공급·금융·세제 정책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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