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추심 제동 걸린 은행들 “채무조정·조기정리 늘 것”
"회수율 높이도록 연체채권 관리 체계 손질"
2026-06-11 16:11:26 2026-06-11 16:11:26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금융당국이 개인 연체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연장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권의 부실채권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은 세제 혜택을 받은 상각채권에 대해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하면 원칙적으로 채권을 포기하도록 한다는 방침인데요. 은행들은 추심 중심의 관리 관행에서 벗어나 채무조정과 조기 정리 중심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습니다. 개정안은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최초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은행들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연체채권을 상각해 세제 혜택을 받은 뒤에도 소송이나 지급명령 등을 통해 소멸시효를 연장하며 채권 회수를 시도해 왔습니다. 일부 채권은 대손처리 이후에도 장기간 추심을 통해 회수 수익을 올렸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은행권은 장기 연체채권 회수 기회가 줄어들면서 관련 수익도 일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대손처리 과정에서 세제상 혜택을 받고 있는 데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은 추심 과정에서 인력·법률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만큼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은행들은 오랜 기간 보유해 온 소액 연체채권을 소멸시효 완성과 함께 정리하면서 관리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적용 대상을 은행과 보험사의 5000만원 이하 개인 연체채권으로 제한해 제도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입니다. 해당 채권은 계좌 수 기준 전체 개인 연체채권의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금액 기준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권은 연체 발생 초기부터 채무조정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상각 이후에도 소멸시효를 연장하며 장기간 채권을 보유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채권을 정리해야 하는 만큼 연체 초기 단계에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채무조정을 통해 회수율을 높이려는 유인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은행들은 연체채권 관리 체계도 손질할 전망입니다. 연체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며 추심하는 방식보다 상각 전 회수 가능성을 높이고 채무조정이나 채권 매각 시점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내부 관리 기준을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채권 매각 절차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이 대손인정을 받은 채권을 자산관리회사 등에 매각할 경우 소멸시효 완성 의무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며 양수인의 이행 여부도 점검·보고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연체채권 매각 관리 부담은 다소 늘어날 전망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상각채권은 소멸시효를 연장하며 장기간 관리했지만 실제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은 추심 비용이 회수 금액을 웃도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장기 추심보다 채무조정과 조기 정리를 통해 회수율을 높이고 관리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연체채권 관리 전략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제도 시행 이후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과 채권 매각 현황, 시효완성 실적 등을 공시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장기 추심 관행을 점검하고 채무자 보호 노력을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시내 은행 창구.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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