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사과·대표 경질도 안 통했다…스타벅스 논란에 이마트 2거래일째 급락
14년 만 최대 실적에도 불매·정치권 비판 확산…신세계 그룹주 줄줄이 급락
미 본사 사과·광주 개발사업 부담까지…"단순 실수 아닌 오너 리스크"
2026-05-20 17:54:40 2026-05-20 18:42:13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경질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이 소비자 불매 움직임과 정치권 비판, 글로벌 본사 대응으로까지 번지면서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 그룹주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단순 마케팅 실패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와 오너 리스크, 브랜드 신뢰 훼손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139480)는 전 거래일 대비 5100원(5.45%) 내린 8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한때 8만8200원까지 밀리며 낙폭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신세계(004170) 역시 1만1500원(2.27%) 하락한 49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논란 여파는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번졌습니다. 신세계 I&C(035510)는 이날 7.00% 하락한 1만6070원에 거래를 마쳤고, 광주신세계(037710)는 3.46% 내린 3만625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신세계푸드(031440) 역시 2.52% 하락한 4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마트는 올해 1분기 14년 만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신세계건설(034300) 유상증자 부담과 스타벅스 논란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습니다.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 14일 주가는 하루 만에 11.98%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장 마감 후 신세계건설 자본 확충을 위한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 계획이 공개되며 투자심리가 흔들렸고, 이후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마트 주가는 전날 5.65% 하락한 데 이어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신세계푸드는 이마트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 14일 9.88% 상승했지만 다음날 10.05% 하락했고, 전날에도 10% 넘게 급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이마트가 완전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인 계열사로, 이마트는 올해 초 공개매수를 통해 신세계푸드 지분율을 66.45%까지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문제가 된 건 스타벅스코리아의 텀블러 프로모션 이벤트였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8일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한 홍보물을 게시했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해당 표현이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하거나 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됐습니다.
 
네이버 종목토론방 등 온라인 주주 커뮤니티에서는 정용진 회장 책임론과 신세계그룹 전반에 대한 불매 주장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스타벅스 논란이 브랜드 가치 훼손과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한 개인투자자는 "스타벅스는 커피보다 문화와 이미지로 소비되는 브랜드인데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이마트24와 스타벅스부터 불매해야 한다", "신세계 계열사를 확인해 소비를 끊겠다"고 적었습니다.
 
일부 주주들은 "대표 경질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 신뢰가 무너졌다", "미국 본사 계약 문제가 현실화하면 주가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들은 "신세계 주식을 손절했다", "주가가 더 떨어져야 정신 차릴 것", "하한가라도 맞아야 한다" 등의 격앙된 반응도 보였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스타벅스 회원 탈퇴 인증과 텀블러 폐기 사진까지 확산하며 이른바 '탈벅'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불매 움직임과 브랜드 훼손 논란이 향후 실적과 투자심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준식 숭실대학교 교수는 "최근 시장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장세'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이마트는 스타벅스 논란이라는 추가 악재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브랜드 훼손 우려까지 커진 만큼 주가 회복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비판이 거세지면서 정치권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도 논란 이후 공식 SNS에 "내일 스타벅스 들렀다가 출근해야지"라는 글을 올렸다가 비판을 받고 삭제·사과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당일 저녁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즉시 해임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다음날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했습니다.
 
법적 대응도 시작됐습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파장은 해외로도 이어졌습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영국 BBC·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19일(현지시간)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외신들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다수 시민이 희생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탱크데이'라는 표현이 당시 군용 차량을 연상시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BBC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도 직접 사과에 나섰습니다. 스타벅스 글로벌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보낸 이메일 성명을 통해 "광주 시민들과 이번 비극으로 영향을 받은 분들, 고객과 지역사회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통제와 전사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마트는 2021년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지분 17.5%를 추가 인수하며 스타벅스코리아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타벅스 본사에는 일정 조건 충족 시 행사 가능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이 부여됐습니다. 특히 이마트 귀책 사유로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될 경우 스타벅스 본사가 이마트 보유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되사갈 수 있는 조항이 알려지면서 시장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광주 지역 개발사업 부담도 거론됩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광주 어등산 부지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5·18 관련 논란이 지역 민심 악화로 이어질 경우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 회장의 과거 행보도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멸공'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이번 논란이 단순 실무진의 마케팅 실수라기보다 오너 이미지와 결합한 그룹 차원의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SG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기업 평판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5·18은 우리 국민들에게 엄청난 상처로 남아 있는 역사인데, 그즈음에 맞춰 그런 마케팅을 했다는 건 민주주의를 우롱한 것"이라며 "대표 한 명 경질한다고 해서 이미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가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용진 회장의 과거 돌출 발언 논란과 맞물리면서 내부에서 코드 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며 "실무자뿐 아니라 의사결정 라인에서도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표현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미필적 고의'에 가깝다는 시선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