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역대 기업은행장들의 재산 내역을 보면 상당수가 다주택자이거나 강남구 소재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공직자 배제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요. 기업은행장이 주택 정책 논의 선상에 있는 공직자는 아니지만 다주택자 규제 강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다주택자 공직자 배제' 충돌 지적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총 16억7733만원을 신고했습니다. 장 행장의 재산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었는데 본인 명의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3차' 84.57㎡를 11억3225만원에 공개했고 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옥빛마을아파트' 84.79㎡(3억2900만원)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배우자 명의 서울 종로구 인의동 아파트 84.70㎡ 가운데 28.23㎡ 지분 1억8400만원도 신고했는데요. 기업은행 측에서는 장 행장 보유 주택 가운데 일부는 처분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20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28대 은행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대 기업은행장의 재산 공개 내역을 보면 다주택자이거나 강남구 소재 주택 보유자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6년 재산공개 기준 24대 권선주 전 행장은 47억8327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요. 부동산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아파트' 159.58㎡ 가운데 53.19㎡ 지분을 5억9000만원에 신고했고, 배우자 역시 같은 단지 159.58㎡ 중 106.39㎡ 지분을 11억8000만원으로 신고했습니다.
25대 김도진 전 행장은 지난 2019년 11억5445만원의 재산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부동산은 본인 명의 서울 강서구 화곡동 단독주택(대지 173.80㎡, 건물 66.12㎡)을 3억7500만원에 신고했고, 같은 지역 '강서힐스테이트' 아파트 전세권(건물 513.49㎡) 6억5000만원도 함께 포함됐습니다.
26대 윤종원 전 행장이 지난 2022년 공개한 재산 내역을 보면 윤 전 행장 본인 명의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전세권 113.00㎡을 5억원으로 공개했는데요.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의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남산트라팰리스' 주상복합 148.47㎡ 가운데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총 18억5000만원 규모로 확인됐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푸른마을벽산아파트'(131.40㎡)는 매도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27대 김성태 전 행장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 88.26㎡ 가운데 각각 44.13㎡ 지분을 보유했고, 본인 명의 서울 관악구 봉천동 '현대아파트' 116.72㎡ 전세권을 공개했습니다. 배우자 명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복합건물(960.90㎡ 중 157.70㎡ 지분) 전세권과 장남 명의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망포역마을쌍용아파트' 84.86㎡도 신고했습니다.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공직자 배제 방침을 밝힌 이후 처음으로 기업은행장 등 공직자 내산 내역이 공개된 것인데요. 기업은행장들도 주택과 전세권을 동시에 보유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입니다. 장민영 현 행장을 비롯해 전직 행장 5명의 부동산 내역을 보면 다주택자이거나 강남구 소재 주택 소유자인 셈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해관계가 절대 침투할 수 없게 기안 용지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는 안된다"고 강조했는데요. 지난달에도 "주택을 많이 보유할수록 유리하도록 세제·금융·규제 정책을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최근 다주택자의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전면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금융을 통한 부동산 투자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명확한 가운데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전세대출까지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금융과 부동산의 연결을 끊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책 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 수장들이 여전히 다주택 중심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데요. 특히 공직자 재산 공개는 공시가격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시장 가격과 차이가 있습니다.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과 시세 간 격차가 커 신고 금액보다 실제 자산 가치는 훨씬 클 가능성이 높아 신고액은 10억원 안팎이지만 실세 시세는 곱절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정부부처 고위공직자 중에도 부동산 과다 보유자가 여럿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정책 주무 기관인 국토교통부와 산하 기관 소속 1급 이상 공직자 29명 가운데 다주택자는 5명으로 집계됐는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서초구 소재 아파트 두 채를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것으로 기재됐지만 이 중 한 채는 재산 신고 이후 처분했습니다.
국책은행장이 일반 시중은행장보다 정책 수행 역할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더 높은 검증 기준이 적용되지만, 부동산 정책 관련 이해관계에 얽힌 공직자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밝힌 것 처럼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해 관계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취지로 본다"면서 "다주택자를 강하게 규제하면서도 공직자가 다주택자라는 점에 대해선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국책은행장이) 부동산 관련 직접적인 정책 입안자가 아닌 점은 감안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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