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 지역 국가들이 디지털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ICT 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해졌습니다. 앞선 기술 경쟁력으로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입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 네이버의 '네옴시티' 수주전 도전 등 고무적인 소식들도 다수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를 '영업사원'이라고 자처하며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정작 ICT 기업들의 디지털 수출을 지원해야 할 현지 거점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현지 정보에 목마른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해 줄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16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 같은 목소리가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8일 열린 과기정통부의 제16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입니다. 이날의 논의 주제는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로의 디지털 해외진출 정책방안과 애로사항 해소였습니다. UAE 순방에 동행한 기업들이 수출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사업 확대를 위한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였죠.
이 자리에서 네이버 관계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사우디와 UAE 모두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들과 사업 논의를 위한 정보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유럽 등 교류가 잦았던 국가들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데, 기술파트너로서 접근법을 알아봐줄 거점이 부재해 어려움이 컸다는 호소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가 나름 큰 회사임에도 상대국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며 "중소기업 혹은 스타트업에서는 애로사항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의 해외사무소를 설치하든 현지 대사관에 과기정통관을 파견하든 기업들의 편의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실제로 사우디, UAE 등으로 대표되는 중동 지역에는 과기정통부 소관의 인력이 전무합니다. 유관기관 중에서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과 동남아 정도에만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중동 지역에는 한국 대사관 이외에 한국무역협회(KIT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의 기관들도 지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통한 정보 획득, 협력 진행 등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역협회는 회원사 대상의 서비스 제공, 코트라는 기본적인 인프라 지원 등에 치중된 경향도 크죠. 중동 지역 국가들의 특성상 현지 정부의 관계자를 만나야 업무의 진척이 큰 경우가 많은데, 이런 민간 기관에 의존해서는 심도있는 진전이 어렵기도 하고요. 만약 과기정통관이 파견돼 있다면 현지의 파트너 부처와의 소통이 보다 용이해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 기업들의 활동 반경도 더 커질 수 있고요.
하지만 이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외교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과의 '부처 간 협의'가 선행되야 하는 사안입니다. 예산도 뒷받침되야 하고요.
당장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NIPA 해외사무소를 조정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NIPA는 KIC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IT지원센터, 하노이 IT지원센터, 호치민 IT지원센터, 한인도SW상생협력센터 등 5개의 해외 거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IT하면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신흥시장 중에서는 싱가포르나 베트남 정도를 생각했다"며 "중동은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주재관 신규 파견 등을 포함한 거점 조정 필요성에 동의를 표한 것인데요. 박 차관은 "정부 조직도 애자일하게 움직이라고 요구받는 상황에서 해외 파견 직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기 진출 국가 중 성과를 거둔 곳들의 인력을 새로운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조정하는 기민함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다만 이 역시도 검토해야 할 사안들은 적지 않습니다. 해외사무소 기능 조정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중동에 신규로 세울 거점의 입지도 사우디, UAE 간의 미묘한 경쟁 심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전언입니다. 우선은 중동 거점 설립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것 자체를 성과로 봐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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