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과 북핵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식품원료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로 서민생활 안정대책 카드를 제시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또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방선거 압승의 기쁨은 잠시였다.
북한은 지난 5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남한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분석됐다. 윤 대통령은 6일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동작구 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7회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지대지미사일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북한에 대한 한미 동맹의 강경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체계도 시험대에 올랐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한국을 찾았다. 그는 7일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과 한미 외교 차관 회담을 진행한 데 이어 8일에는 한미일 외교 차관 협의회를 가진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일본과도 우호적 관계로 전환, 한미일 3각 체제를 통해 북핵 위협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 냉전으로의 회귀를 뜻한다.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되는 가운데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
앞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상시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훈련을 포함한 한미 확장억제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별도의 페이스북 글에서도 윤 대통령은 "북한이 여러 지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한 것은 정부 임기 초 안보 태세에 대한 시험이자 도전"이라며 한미 동맹에 바탕한 대응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 발사 당시 직접 NSC를 주재한 것과 달리 이번엔 대통령 주재 NSC로 격상하지 않으면서도 회의 도중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대북 메시지의 강도를 조절했다.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북핵 실험이 가시화되면서 한반도의 위기관리는 '한미일' 대 '북중러'로 신냉전 대결로 치닫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운전자론은 사라져,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됐다. 일단 한미 동맹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으로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의 중국 견제 의제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것처럼 중국 견제 등에 있어 우방국들과 철저히 보폭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민생' 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 뒤 윤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잘 챙기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지방선거의 여당 압승으로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도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며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못 느끼겠느냐"면서 직면한 위기에 주목했다.
민생의 제1차 과제는 치솟는 물가 관리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해 11년 만에 4%대로 제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물가인상은 필연적으로 금리인상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는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늘리게 된다.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인 상황에서 자칫 과격한 이자부담은 부동산에 '영끌' 투자한 이들의 집중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이를 우려해 먼저 물가를 잡아 과도한 금리인상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거듭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현재 경제가 복합 위기 상황에 들어가 있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적인 정세들도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예측되는 부분들을 볼 때 위기라고 생각하고 대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신다"며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 이런 자세로 일하겠다. 그런 위기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고 전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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