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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검언유착 공소장'…수사팀 "수사 계속"
기자-검사장 통화내용 적시 못해…'검사장 전화 목소리' 증거도 없어
2020-08-11 14:53:58 2020-08-11 16:48:1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같은 회사 A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면서 핵심 관련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개입 가능성을 적시하지 못했다.
 
11일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피고인'으로 특정된 사람은 이 전 기자와 A기자 두명 뿐으로, 한 검사장의 공모 부분은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지인인 지모씨가 취재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나왔을 때마다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전화통화 또는 보이스톡 통화를 했고, 그 직후 지씨에게 다시 답변을 줬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이 한 검사장이 이번 사건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는 부분이다.
 
첫번째는 3월10일이다. 공소장에는 이 전 기자가 같은 달 6일 지씨로부터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확인했다. 약속한 부분(검찰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부정되어 있어서 일의 진행이 더 이상이 어렵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10일 오전 11시23분쯤 부터 약 10분41초 동안 한 검사장과 보이스톡 통화했다고 돼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그 직후 지씨에게 '논의 한 부분에 대해 진전된 부분이 있으니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두번째는 같은 달 20일이다. 3월19일 역시 지씨로부터 '이 전 대표가 제보요구에 응하지 않고 검찰 조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 전 기자가 다음날 오후 2시10분부터 7분13초간 한 검사장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적시돼 있다. 역시 3분 뒤 이 전 기자는 "전화 부탁드립니다. 저도 다 말씀드릴 테니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안 하시는거고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취재를 이어갔다.
 
검찰은 그러나 이때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간 통화 내용은 확보하지 못했다. 물적 증거가 없는 것이다. 검찰은 또 공소장에서 이 전 기자가 범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때부터 중단한 때까지인 1월26~3월22일까지 "'한동훈과' 통화 15회,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327 회에 걸쳐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3월10일과 20일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통화사실을 특정한 것 외에는 별다른 혐의점을 적시하지 못했다.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을 암시하면서 지씨에게 들려줬다는 녹음파일 속 음성의 주인공에 대해서도 검찰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 부분은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 검사장의 직접 개입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스모킹 건'이다. 지씨는 한 검사장의 음성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전 기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7초 정도 들려줬는데 한 검사장이 아닌 다른 법조계 취재원과의 대화를 녹음한 걸 들려줬다"고 말했다. 공소장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 전 기자는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를 받을 당시 이 부분에 대해 한 검사장 목소리가 맞다고 했다. 그러나 뒤에 말을 바꿨다. 이 전 기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검사장인 것처럼 암시하면서 내가 얘기를 한 것도 맞기에 다음 날 (회사에) 보고할 때는 한 검사장인 것처럼 그렇게 얘기했다. 거기서 내가 한동훈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회사에서 ‘왜 한동훈을 팔고 다니느냐’고 할까봐 그랬다"고 해명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녹취록 전문에는 없거나 녹음파일과 비교할 때 불분명한 내용도 지적되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기자 등이 한 검사장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목표로 취재한다고 말하자 한 검사장이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그거는 해볼 만 하지'라는 취지로 말하였으며"라고 적었다. 그러나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부분은 녹취록에 없다. 녹음파일과 비교해보면 이 전 기자의 말에 묻혀 명확히 특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사팀은 지난 5일 이 전 기자 등을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에 대해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나, 본인이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해 현재까지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다"며 "1회 피의자 조사도 종료하지 못했다. 추가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의 본건 범행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한 후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지난 2월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해 소감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뒤따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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