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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도쿄 특파원의 눈으로 본 일본인 심리
'일본인 심리 상자' 유영수 지음|한스미디어 펴냄
2016-09-08 06:00:00 2016-09-08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는 부모 없는 네 남매가 극심한 생활고에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언뜻 보기엔 일반적인 고아 얘기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이상하다. 한 아이가 죽기 전까지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주변에서 관심을 갖는 이가 하나 없다. 일본 사회 특유의 폐쇄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비단 이 영화뿐 아니라 일본의 각종 드라마나 실생활에서도 친구를 대여하는 프렌드렌탈서비스나 무조건 더치페이 하는 와리칸 등 우리 정서에서 이해하기 힘든 문화적 코드들은 종종 눈에 띈다.
 
‘일본인 심리 상자’는 이처럼 수수께끼 같은 문화를 주조하는 일본인들의 심리를 자세히 파헤친다. 책 저자인 유영수 SBS 기자가 일본에 4년간 체류하며 목격했던 사례와 탐독한 수백 편의 논문을 바탕으로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추적해 나간다.
 
대부분의 일화는 주로 한국 문화와의 차이에 집중돼 있다. 결혼사진을 걸어두는 한국문화에 충격 받는 모습이라든지, 일률적으로 란도셀을 메는 초등학생들 모습에 놀란 저자의 경험담 등이 제시된다.
 
사례 뒤에는 항상 심리학적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갈등을 회피하려 하는 성향이나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억누르려는 심리를 얘기한다. 스스로를 높이 평가하지 않으려는 성향이나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폐를 끼치려 하지 않으려는 심리 등 일본인 특유의 공통적 특성들도 열거된다.
 
이를 자세히 보면 각각의 일화에 대한 논리적 이해가 가능해진다. 앞서 언급했던 결혼사진은 자기과시를 부끄럽게 여기는 일본인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란도셀은 조화를 지키기 위한 심리적 현상이 빚어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서두에 제시했던 히로카즈 영화 역시 타인의 사생활에 깊이 있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일본인들의 심리를 이해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 중간중간에는 저자 자신의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도쿄 특파원으로 있을 때 종종 일본의 태풍이나 지진 피해를 보도했는데 인터뷰에 응한 피해주민의 표정이 너무 밝다며 지적을 받곤 했다.(104페이지)”
 
재난을 겪은 일본인이 웃으며 인터뷰한 상황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부분이다. 우리 정서에서 현상만 놓고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힘든 상황에도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는 일본인들 특유의 심리를 파악한다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이외에도 후반부에는 가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나 지진 등 환경적 요인이 일본인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저자 스스로의 직간접적 경험과 한국과의 차이를 통해 밝혀낸 논리적 알고리즘은 일본 문화를 명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책 '일본인 심리상자'. 사진/한스미디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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