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의 전쟁)②'민관협업 강화·유통구조 개선'에서 답 찾아야
기업에 기대는 정부…"일방통행 아닌 협력해야"
기후플레이션 일상화…"할인 쿠폰은 역효과"
"가격 요인 파악해 선제적 조치…유통망 손봐야"
2024-05-14 16:32:31 2024-05-14 16:32:31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민간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제한하거나 지원금만 늘리는 근시안적 대책에서 벗어나, 국제 원재료 시세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수급 안정에 주력하는 동시에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선순환 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14일 뉴스토마토가 유통업계 관계자·전문가에게 현 실태와 고물가 완화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더욱 체계적이고 세밀한 정부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초 정부는 마트업계와 식품기업을 소집해 물가 안정 동참을 재차 강조해 왔으며,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방문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는데요. 이 같은 행보가 무색하게 지난달 총선을 치른 후 연일 가격 이상 소식이 들려오는 실정입니다.
 
업계는 정부가 기업의 원가 감내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원부자재 수급 안정 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가격 상승 요인을 발빠르게 파악해 조치를 취하는 등 정부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올리브유. 이상 기후 탓으로 올리브 최대 생산국 스페인이 긴 가뭄에 시달리며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국내 기업들이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올렸다. (사진=뉴시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가격 압박과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상하방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초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해 원가 부담이 계속 쌓이는 가운데 향후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면 가격을 당장 내려야 할 판이라 더욱 걱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국제 원재료 시장에선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저렴하게 사와야 저렴하게 팔 수 있는데, 국내 기업이 원재료를 저렴하게 사 오기에 한계가 있다"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 자제 요청보다 민관의 협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기후플레이션 주의보…"할인보다 공급량 확보"
 
폭우,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농수산물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점도 문제입니다. 기후로 먹거리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은 이미 일상화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냉해와 폭우 여파로 생산량이 줄어든 사과의 가격이 치솟으며 '금사과'라는 말이 나왔죠. 세계적인 기후플레이션은 과일뿐만 아니라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올리브유, 커피 등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때마다 할인 지원금을 풀고 대체재 수입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품목이 점차 다양해지고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사과 사태' 대응을 위해 정부는 지원금을 풀어 사과 가격을 낮추고, 일부 수입 과일에 관세 혜택을 줘 반입량을 늘리도록 했습니다. 그럼에도 생산량 자체가 떨어진 사과의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돈을 푸는 할인 쿠폰은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번 올라간 가격은 다시 내려오기 어렵다"며 "정부는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가격 인상 요인을 예측해 미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유통 매장에서 사과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품 산지 활로를 다각화하고, 부족분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유통 구조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체계적인 농수산물 가격 안정화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앞으로 식탁 물가 위협은 더욱 깊숙이 들어올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농수산물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수입 품목 확대와 중간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관계자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모두 쉽지 않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도 판매가를 인하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업계가 판매가에 원가 하락분을 반영하는 제도와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를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 등 혜택을 줘 유도시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첨언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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