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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갈수록 못해먹을 남의 집 살이
2016-08-19 07:00:00 2016-08-19 07:00:00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아파트 과잉공급 논란에 여름 휴가철 비수기가 맞물리며 일부지역에서 역전세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었지만 우려도 잠시. 주춤했던 전세가격이 한여름 이후 이사철을 앞두고 다시 꿈틀대고 있다. 더 오를대가 없을 것 같은 전셋값은 희안하게도 오름세를 멈추지 않는다. 대한민국 수천만 세입자들에게 가을은 더이상 낭만의 계절이 아니다. '남의 집'에 사는 세입자들에게 두려운 계절, 가을은 어김없이 또 찾아오고 있다.
 
건설부동산부 김용현 기자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서 '이사철' 가을이 오고 있음을 문득 실감한다. 부동산 기자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그동안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와 '앞으로 집값이 오를까'였다. 하지만 최근 친구들이 하나 둘 씩 결혼을 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뀌었다. '전셋집 싼 곳이 어디없나', '전세대출 더 받는 방법 좀 알려달라' 등이다.
 
그만큼 전셋값이 빠르게, 또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한 기관의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7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4억1157만원을 넘어섰다. 전세 재계약 시점인 2년 전인 2014년 7월 3억71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억원이 넘게 가격이 뛰었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주한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억원이 채 안됐던 2년전 경기도 전세가격(1억8577만원)은 2억4531만원으로 6000만원 가량이 올랐다. 웬만한 월급쟁이가 가파른 전셋값 상승 속도를 따라가긴 역부족이다.
 
최근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경기권 신도시 입주물량 증가로 서울 송파나 강동, 노원 등에서 역전세난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세입자들은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이 역시 국지적 현상에 그칠 듯하다. 얼마 전 취재 중 만난 송파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났다. 실제 전셋값이 2000만~4000만원 떨어지기도 했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다시 올랐다"며 "강남이나 서초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더불어 빠르게 진행되던 전세의 월세화가 다소 주춤해졌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세입자는 없다. 아무리 부동산을 돌아다녀도,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찾아봐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의 물건들뿐이다. 혹여나 가격이 마음에 들어 기대감을 갖고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보면 잘못 올린 물건이거나 이미 팔린 물건, 집주인의 대출 비중이 높아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전셋집들뿐이다.
 
이처럼 세입자들의 고통은 더해가지만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전세가격이 올랐으니 전세대출 한도 높이고 이자 낮춰주겠다'는 식의 대응뿐이다. 주거약자를 위한 임대주택을 지을 부지에 일반 서민이 들어가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중산층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남산이나 높은 빌딩 등에 올라 서울 전경을 바라보면서 집 없는 사람들이 흔히 내뱉게 되는 말이 있다. '이 넓은 서울 바닥에, 이 많은 집들 가운데 맘 편히 살 수 있는 '내집'은 어디에도 없다'. 집없는 자들의 설움이 어디 서울에서 뿐이겠는가.
 
출퇴근길에 스쳐가는 도시의 주택가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허무함을 정부는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들의 한숨은 꼭 '내집'이 아니어도 열심히 일하면 임대료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면 충분히 멈출 수 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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