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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은행수수료)②타행 송금수수료 한국 '500원'…미국·영국은 '4만원'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선 국내보다 송금 수수료 80배
"서비스 대가" VS "당연히 공짜" 고객 시각차 존재
2015-10-19 06:00:00 2015-10-19 06:00:00
국내은행의 수수료는 금융 선진국들이 받고 있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사 수준으로 은행이 개혁을 해줄 것을 원하고 있지만, 이 같은 수수료 조차 당국이 암묵적으로 통제를 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사 도약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진정한 금융개혁을 추진하기 앞서 수수료부터 풀어주는 시장자율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9일 전국은행연합회의 '주요국 은행 수수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서구 선진국 은행의 송금수수료와 국내은행의 수수료가 최대 8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수수료는 ▲송금수수료 및 ATM인출 등 대고객 부문 ▲방카슈랑스나 수익증권판매 등으로 얻는 업무대행 부문 ▲외환수입 등 기타업무관련 부문으로 나뉜다.
 
실제로 미국 씨티은행과 영국 바클레이즈 창구에서 타은행으로 송금할 때의 수수료는 4만원(23파운드) 수준으로 조사됐다. 적게는 500원, 많게는 3000원을 받고 있는 국내 은행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서비스 명목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의 자행 송금 수수료는 온·오프라인 모두 무료였다. 일본만 창구 이용해 송금할 경우 3000~5100원(324~540엔)을 받았다.
 
창구에서 타행으로 송금할 경우 한국은 500~3000원을 부과했고 일본 UFJ는 6200~8200원(648~864엔)을 내게 했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3만9000원(35달러), 4만3000원(25파운드)의 수수료를 받았다.
 
자동화기기와 인터넷뱅킹, 텔레·모바일뱅킹을 통한 타 은행 송금의 경우 한국은 400~1600원을, 일본은 2000~4000원(216~422엔)을 받았다. 미국은 1만9000~2만8000원(17.5~25달러), 영국은 4만3000원(25파운드)을 수수료로 책정했다.
 
자행 자동화기기(ATM) 인출수수료의 경우 한국은 마감전 무료, 마감후 최대 700원을 부과했고 일본은 마감전 무료,마감후 1000원(108엔)을 적용했다. 미국과 영국은 마감 전후로 무료였다.
타행 ATM 인출수수료의 경우 한국은 마감전 600~900원, 마감후 700~1000원을 내게 했고 일본은 마감전 1000원(108엔), 마감후 2000원(216엔)을 부과했다. 미국은 마감 전후로 최대 2800원(2.5달러)을 받았고 영국은 무료였다.
 
국가별 단순비교는 힘든 면도 있지만 금융 선진국 은행들은 우리보다 고액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계좌관리 수수료'란 것도 있다.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대가로 받는 관리비 같은 것인데, 이것만 한 달에 만원 이상이 책정된다. 씨티은행은 상품에 따라 만원에서 3만원을, 바클레이즈는 최대 만원 정도를 매달 걷는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내가 저금한 돈이 은행에 득이 되니 이자 수익을 꼬박꼬박 챙겨야 한다는 생각 보다는, 내 돈을 안전하게 지켜주니 응당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의식보다 은행을공공재로 여기는 정서가 강하다.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당연하게 보는 시각도 많다.
 
은행이 서비스에 각종 수수료를 붙여 폭리를 취한다는 여론은 지난 2011년 들어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수수료들을 은행의 큰 수익기반으로 생각하고 서비스 개념이 아닌 수익기반으로 생각하다 보니 과도한 수익을 수수료에서 취해 서민들이 피해가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은행들은 앞다투어 ATM 수수료를 인하하고 취약 계층을 상대로는 면제 혜택까지 부여하는 등 성난 여론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은행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 만 돌아올 뿐, 은행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국내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은 하락 일로를 걸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수수료, 유가증권, 외환·파생) 비중은 9.1%에 그쳤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인 37.0%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우리와 금융환경이 유사한 일본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도 30%에 달했다.
 
단순히 수수료 수익이 적어져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관련 수익 중 가장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 대고객 수수료가 일정 규모를 유지해야 경기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현재 가장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대고객 수수료가 10%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에 민감한 여타 수수료의 비중은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현실이 달라지려면 금융당국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수수료나 서비스 가격을 은행 자유에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은행들이 그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개별은행이 용기있게 수수료 정상화에 나서설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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