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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안갯 속 세계경제, 맥킨지가 본 10년 후는?
네 가지 시나리오 분석…연평균 2.5~3.7% 성장 전망
2015-10-15 15:49:04 2015-10-15 15:49:04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은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하며 경착륙을 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로존은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채무 위기의 암운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가운데 버팀목이었던 독일 마저 폭스바겐 스캔들에 휘말려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주창하며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이며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미국 역시 저유가와 달러 강세 등의 영향에 냉랭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연이어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경계감을 높였다. 세계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만큼 안전벨트를 조여맬 때가 된 것이다. 이럴 때 일 수록 사람들은 경기 전망에 촉각을 세우는데,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장단기 변수에 따른 향후 10년간의 경제 동향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향후 전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시나리오에 따라 2.5~3.7%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은 프랑스 서부의 한 항구의 모습.(사진/로이터)
 
◇저유가·고령화·기술혁신 등 다양한 변수 고려
 
시나리오 분석에 앞서 맥킨지는 세계 경제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단기 요인과 장기 요인을 선별했다. 우선 단기 요인으로는 총수요의 확장과 에너지 시장의 변형을 꼽았다. 지난 몇 년간 주요국들은 총수요를 늘리기 위한 통화·재정 정책을 사용했지만 경제 능력에 상응할 만큼의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채 증가라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맥킨지는 지적했다.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는 탓에 더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이 증가해 자산 버블이 형성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여기에 국제 유가의 급락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유가 하락이 소비자에게는 호재일 수 있지만 생산자, 특히 원자재 생산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게는 재정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지속적인 수요 둔화와 유가 하락은 하루 단위의 변수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향후 10년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 요인은 결과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고정 변수와 가변성이 큰 변동 변수로 한 번 더 분류됐다. 고정 변수로는 인구 고령화와 도시화가 꼽혔는데, 도시로의 밀집이 가중되는 반면 노동력은 노화돼 경제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의 도시화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도시에서의 산업 기회를 포착하려는 농촌 인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예로 들면 2025년까지 전세계 200대 도시 중 46%가 중국에 있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도시화 속도가 높아지겠지만 노동력은 2050년 말까지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맥킨지는 노동자의 지속적인 사회 참여를 독려하거나 여성·이주 노동력의 투입을 확대할 수 있는 경제·문화적 변화가 없이는 심각한 성장 정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동 변수로는 기술적 혁신과 글로벌 연결성이 지목됐다. 이미 글로벌 경제의 보편적인 현상이 된 기술 혁신은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에서 얼마만큼의 혁신을 불러올 것인가가 핵심으로 꼽혔다. 첨단 기술의 혁신은 신흥국 경제 성장을 가속화 해 글로벌 무역 지형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용카드 번호 도용, 개인정보 유출, 산업스파이 등 새롭게 파생되는 문제들이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맥킨지는 내다봤다. 또한 글로벌 경제를 구성하는 요인들이 더욱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다자간 무역 협정이 확대되며 글로벌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최상의 시나리오에선 3.7% 성장
 
맥킨지는 앞서 언급한 장단기 요인들을 토대로 분석 툴을 마련했다. 가로축은 국가들의 성장 양상이 얼마나 비슷하게 나타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오른쪽으로 갈 수록 주요국의 퍼포먼스가 유사함을, 왼쪽은 개별 국가의 상황에 따라 차별화 됨을 의미한다. 집중도가 높다는 것은 한 국가의 긍정적 기운이 다른 국가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여건도 쉽게 전염됨을 뜻한다. 세로축은 성장 속도를 표시한다. 과거 30년간의 평균 속도와 비교해 가속 중인지 감속 중인지에 따라 분류된다.
 
 
이에 따른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요 국가들이 모두 빠른 성장을 보이는 것이다. 맥킨지는 이를 '글로벌 동조화'라고 이름 붙였다. 대부분의 국가가 구조적인 문제들을 무리없이 해결하고 양적완화 정책도 부드럽게 끝맺음을 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2025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7%로 예상됐으며 글로벌 경제 규모는 지금의 62조달러에서 90조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상태로 변모할 것이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인도는 개혁의 물결을 타고 8%에 육박하는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됐다. 에너지 가격 역시 신흥국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분석됐다. 인도, 중국을 포함해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고용 창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차선의 시나리오는 국가별 성장 속도는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론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국지적 성장'이라 이름붙은 이 시나리오에서는 향후 10년간 평균 3.2%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총 규모는 88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인도 등은 상대적으로 강한 성장을 이루겠지만 유로존이나 일본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퍼포먼스가 좋지 못한 국가의 경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으며, 더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져 글로벌 자본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간 경제 상황의 차이로 지적재산권 보호, 농업 보조금 지급 등 민감안 사안을 둘러싼 다자간 협상이 더뎌질 수 도 있다. 이는 무역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맥킨지는 예측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글로벌 경제가 대체로 둔화되는 것이다. '글로벌 감속'이라 칭해지는 이 저성장 시나리오에서는 연평균 2.9%의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과거 30년간의 평균 성장 속도에 못 미치는 것으로 2025년의 경제 총 규모는 86조달러로 추산됐다. 맥킨지는 이 시나리오에서의 경제 성장은 신흥국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경착륙을 막으려는 중국이 금융과 재정 시스템 혼란의 여파를 얼마나 잘 이겨내는가에 따라 성장의 폭이 달라질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더딘 성장에도 무역 기여도나 에너지 수요는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인 수요 진작 노력이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맥킨지가 전망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반적인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국가별 편차도 커지는 '지역적 위기 유발'이다. 구조적인 문제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의 편협성도 커지는 최상의 시나리오와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맥킨지는 설명했다. 경제 총 규모는 '글로벌 동조화' 시나리오보다 11조4000억달러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기간의 연평균 성장률도 2.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맥킨지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통적·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모두 사용하겠지만 총수요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모두 급증할 것이고 신규 투자를 진행할 만한 여건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적 보상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R&D나 기술 혁신에 실탄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울러 국제 M&A 활동에 대한 대내외적 제한이 늘고 무역과 기술 확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맥킨지는 전망했다. 세계 경제는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해 질 것이란 예측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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