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이를 뒷받침할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14일 상장하는 삼성SDS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실탄 창구로 작동하고, 이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이 다음달 중순 상장, 삼성SDI와 삼성카드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면 복잡한 순환출자구조의 정리도 사실상 마무리된다.
세습경영 등 사회적 비난 여론 외에 법적 걸림돌도 없는 모습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속도전에 돌입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삼성 저격수로 유명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삼성SDS 상장 이틀을 앞둔 12일 삼성SDS 상장 불법이익 환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재용 특별법'이 아닌 '이학수 특별법'으로 이름이 붙여진 것도 삼성에 대한 의식이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전체주식의 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3.9%를 보유하고 있으며, 1999년 삼성SDS 주식 헐값매입을 주도한 이학수 전 부회장(3.97%)과 김인주 전 사장(1.71%)도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취득 주식가액은 주당 7150원에 불과하지만 삼성SDS의 상장주식 가격은 장외거래가격 수준인 35만원에서 최고 5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 삼남매는 투자액의 300배에서 430배에 달하는 5조원의 시세차익을 챙기고, 이 전 부회장과 김 전 사장도 투자액 대비 최고 560배에 달하는 1조5000억원과 5000억원의 시세차익을 각각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박 의원은 "1999년 불법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 삼성가 3남매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며 "불법취득 주식을 통한 천문학적 금융차익 소득을 국가로 환수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의 법안이 발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수개월이 소요되는 국회 절차를 거쳐야 하고, 입법과정에서 내용이 손질되거나 폐기될 수도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아닌 이학수 전 부회장은 상장 후 바로 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고, 이재용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도 6개월만 지나면 지분을 팔거나 현물출자할 수 있다.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은 법안이 내년 5월까지 구체화되고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야가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삼성만을 규제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시세차익 환수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이나 공정거래법 개정 등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금융과 산업을 떼어 놓는 '금산분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 변화의 핵심 쟁점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동일인이 지배하는 체제의 유지'라고 보고,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7.5%)의 처분을 주장했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최근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계열사간 지분 정리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는 있지만, 금산분리 시행에 대한 움직임은 삼성카드의 제일모직 지분정리 외에는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생명이 산업자본의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하게 되면 산업의 부실이 삼성생명으로 전이되고, 나아가 그룹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에게 특혜를 주는 특별법도 문제지만 삼성을 규제하기 위한 특별법도 일반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현재 보험업법 등을 개정해 통과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대주주 또는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보유할 때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까지 허용하되 유가증권을 취득할 당시의 '취득가액'을 적용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에 따라 주가가 올라도 영향을 받지 않고 은행은 시장가로 삼는 등 형평성 문제를 안고 있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삼성그룹이 구조조정과 M&A 등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대폭 축소하고 있지만 그룹을 지배하는 핵심 순환출자 고리는 그대로 존재하고, 금산분리 또한 요원한 상태"라며 "삼성그룹의 경영권 3세 승계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있다면 이는 정치권과 언론 등이 침묵하고 있는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