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여야가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23일에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한 지 하루 만에 여야가 합의에 성공한 겁니다. 다만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의 핵심 자료 제출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청문회가 또다시 파행될 경우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가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통령 언급 하루 만에…여야 가까스로 '합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청문회를 열고 후보자의 부도덕성과 이재명정권의 인사 검증 부실을 낱낱이 국민께 알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재경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과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재경위는 지난 19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야당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회의가 파행됐습니다. 당시 청문회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이 후보자는 회의장에 착석조차 하지 못한 채 국회에서 대기했습니다.
여야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놓고 대치를 이어오다 이날 '자료 제출'을 전제로 청문회 개최를 합의했는데요. 여야가 극적으로 청문회 일정을 합의한 배경에는 전날 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 논란과 지명 철회에 대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본인의 해명도 들어봐야 하지 않나"라며 "청문회가 열린다면 국민들도 (후보자의 해명을) 들어보고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하는데 기회마저 봉쇄돼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갑질 문제 등은 어디에도 적힌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그 부분에 대한 검증도 참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청문회 개최 전까지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갑질·투기 의혹 속 핵심 쟁점은 '부정 청약'
그동안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보좌진 갑질 및 폭언을 비롯해 인천 영종도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 자녀 병역 특혜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의혹 중 부정 청약 사안을 핵심 쟁점으로 보고 관련 자료로 200여건을 추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후보자 배우자는 2024년 7월 결혼 후 분가한 아들을 부양가족으로 신고하고 청약 가점을 부풀려 당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아파트 분양가는 약 36억원인데요. 현재는 80억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 후보자의 장남이 결혼식을 치른 후 혼인신고를 미루다 래미안 원펜타스에 당첨되고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후보자 측은 장남이 평일에는 세종에 있다가 주말에는 이 후보자 자택에 살아 용산 신혼집에는 며느리 혼자 살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박수영 의원은 "증여세, 원펜타스 청약 자료, 해외 송금 내역 등 핵심 의혹 자료는 내지 못한다고 하고 있다"며 "그 자체가 이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자백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밖에 의혹만으로도 자격 미달인데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시각까지 갖췄다면 더욱 고위공직자로 부적격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청문회’ 등 현안 관련 논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 "해명 기회"…야 "검증 부실"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되면서 '자진 사퇴'나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 등이 언급됐는데요. 여야의 극적 합의로 청문회가 예정되면서 야당은 "송곳 검증과 인사 검증 부실을 알리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후보자의 소명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과 "제기된 의혹 등을 직접 물어보고 야당만큼 날카롭게 따져보겠다"고 밝혀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오후까지 일부 자료가 온 것으로 보이나 자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청문회에 임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의된 사항이기에 청문회를 열 것으로 보이나, 적절한 해명이 없다면 임명에 결사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경위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앞서 2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기획예산처가 제출할 자료는 법정 시한 내 모두 제출됐고, 후보자 개인 자료 역시 상당 부분 제출됐다"며 "청문회는 여야가 정치 공방을 벌이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판단을 받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또 지난 19일 전체회의에서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은 "야당이 참여하지 않는 청문회는 청문회가 아니다"라며 "여야 떠나 엄정한 잣대로 날카롭게 후보자를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