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삼성생명(032830) 특혜를 방지하기 위한 '삼성생명법'이
삼성전자(005930) 주식 오버행 우려에 다시 무산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여야 모두 뚜렷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FRS17 도입 이후 보험 회계 투명성이 강조되는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도 '무관심'
22일 국회에 따르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해 2월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년째 계류 중입니다. 개정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채권·주식 등 투자 자산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과 채권을 합해 전체 자산의 3%까지만 가질 수 있는데요.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받을 경우 지분율이 법정 상한치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보험사는 은행·저축은행·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와 달리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분모에 해당하는 총자산은 시가로 평가하고 분자에 포함하는 채권·주식 등 투자 자산은 취득원가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생명의 경우에는 보험업법에 자산운용비율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인데요.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감독규정'을 통해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투자자산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해 타 금융권과 다른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자산운용비율을 취득원가로 산정하면 시장 변동에 따른 위험이 지표에 드러나지 않아 투자 위험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위험을 분산해 고객 자산을 건전하게 운용하도록 한 보험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현행 규정은 삼성생명에게 사실상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의 보험료로 삼성전자 지분 8.51%를 5444억원에 취득했습니다.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 비중은 전체 자산 대비 0.17%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삼성생명법이 통과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비중은 전체 자산 대비 약 23%(약 7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삼성생명에게 주는 특혜 구조는 이재용 회장→
삼성물산(028260)→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회가 삼성생명법 처리에 미온적인 건 법안이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 주식 물량이 대거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섞여 있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시장 활성화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선뜻 나서는 의원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차규근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생명법이 발의된 이후로 다른 현안들에 밀려 진척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 논의 자체도 안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생명법은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20대, 21대 국회에서도 잇따라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에도 법안 통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논의가 상당히 많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진척이 크게 없는 걸 봐서는 22대 국회에서도 힘들 수 있다"며 "특히 민주당의 의지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생명법 통과 필요성 대두
2023년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재무 정보 투명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자산운용비율 규제 역시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장 상황에 맞춰 시가로 평가하고 위험 요인을 세분화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입니다. 자산을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현행 규제 방식이 IFRS17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삼성생명 회계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일부 의원들은 관련 규제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오는 2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수 전문가들과 함께 삼성생명 회계 처리 문제를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해당 포럼에서 법안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삼성 지배구조, 일탈회계 처리, 유배당보험 계약자 등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회계 투명성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 해당 법안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 교수는 "삼성생명법 통과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지분을 팔면서 삼성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세금 문제도 생기기 때문에 통과가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실현 이익이 70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에도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돈을 안 주는 상황"이라며 "적자가 많다며 배당을 안 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당 문제를 언젠가는 꼭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삼성 지배구조가 엮여 있는 만큼 통과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삼성이 외국으로 넘어갈 수 있고 시장에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만큼 주가 하락이 동반될 수 있다"며 "시가 평가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생명 본사 입구. (사진=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